(무비게이션)‘뮬란’, 상상의 판타지는 충분히 되살렸다
1998년 개봉 동명 애니메이션 원작, 기본 줄거리 같지만 다른 점
주인공 ‘뮬란’ 해석 방식 차이, 여성 주체 의지 성장 ‘실사의 패착’
입력 : 2020-09-21 00:00:00 수정 : 2020-09-22 15:34:1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뮬란1998년 개봉했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하지만 진짜 원작은 무려 1500년 전 중국 위진남북조시대부터 내려온 설화 목란사가 기반이다. 나이든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한 목란이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면서 나라의 운명을 구하고 또 가족의 명예까지 드높인단 얘기다. ‘목란사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뮬란은 디즈니 특유의 판타지부터 뮤지컬적인 요소까지 결합된 동양 문화에 대한 헌사의 개념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1990년대 후반, 여성이 주체적으로 스스로의 의지와 내재된 힘을 깨달아 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 진 장대한 서사시는 지금까지 등장한 여성 주체 서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걸출했다. 그리고 22년 만에 디즈니는 뮬란을 실사로 끌어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앞서 언급된 모든 지점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투영된다면 흠잡을 데 없는 또 하나의 디즈니 판타지가 탄생됐을 법하다.
 
 
 
기본적 서사는 애니메이션 뮬란과 비슷하다. 여성은 좋은 집안에 시집가 가문을 빛내야 한단 전통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시절. ‘뮬란은 이런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길 소망한다. 그런 기질을 타고난 뮬란의 내재된 의지와 신념은 영화 내내 직간접적으로 설명된다. 평화롭고 조용한 시절 속에서 뮬란의 이런 속내는 더욱 끓어 오른다.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사건으로 전환된다. 뮬란의 나라와 오랫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한 유목민 유연족족장 보리 칸은 마녀 시아니앙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킨다. 황제는 곧장 전국에 징집령을 내려 한 가구당 한 명의 남자를 병사로 징집한다. ‘뮬란가족에겐 남자가 아버지 한 명뿐이다. 아버지는 이전 전쟁에 참여해 가문의 영광을 빛냈었지만 당시 부상으로 몸이 불편하다. 뮬란은 가족들 몰래 아버지 징집의 명령서와 아버지 칼 그리고 갑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영화 뮬란은 애니메이션 뮬란의 기본 틀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앞선 디즈니 라이브액션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이 그랬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선 세 편은 원작 대비 여성 캐릭터에 대한 비중과 자아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흐름을 요즘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 한 결과물로 돋보였다. ‘뮬란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뮬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뮬란에서 등장한 바 있는 주인공 뮬란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은 실사 뮬란에선 머리를 풀어헤치는 장면으로 대체된다. 감춰진 여성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란 점에서 시대가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주체적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는 등장하지 않던 마녀 시아니앙이 실사에 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이 그려냈던 여성 뮬란과 세상의 적대적 배치를 실사에선 뮬란의 의지를 각성시키는 또 다른 장치로 도입한 것도 시대 흐름이 바라보는 여성주의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대한 시대적 강압을 실사에선 동기와 목적에 대한 장치를 부여해 그 벽을 넘어서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 '뮬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뮬란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실사 뮬란에 대한 아쉬움은 주인공 뮬란을 도와주던 조력자 캐릭터 배제와 분화 속에서 크게 드러날 전망이다. 우선 애니메이션 뮬란의 마스코트인 드래곤 무슈가 등장하지 않는다. 동양권에서 신성시 되는 용을 희화시키는 시도에 거부감을 느낀 지점이 아닐까 싶다. ‘무슈를 대신해 등장한 봉황 캐릭터를 영화에선 피닉스라고 칭하는 장면도 이채롭다. 동양적 관점에서 보자면 단순하겐 이 한 가지만으로도 문화적 몰이해로 짚고 넘어갈 수 있을 듯하다. 조상신들의 장면도 실사 영화에선 배제됐다. 단순하겐 현실성을 살리기 위한 설정이라고 보지만 디즈니 최고 장점 중 하나인 판타지 배제는 뮬란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분명한 요소다. ‘뮬란의 또 다른 서사 한 축인 러브라인 상대역 리샹도 실사에선 홍휘그리고 텅장군으로 나눠진다. 여성 중심 서사에 방점을 찍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면 제작진이 애니메이션 뮬란을 이해하지 못한 패착이다.
 
영화 '뮬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실상 뮬란은 디즈니가 그 동안 강박증에 사로잡혀 온 공주 스토리에서 크게 진전되지 못한 모양새로 그려졌다. ‘알라딘의 변주가 이미 앞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에 이뤄진 뮬란프로젝트이기에 디즈니 패착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이런 아쉬움은 제작진이 무협으로 시선을 돌려 상쇄시키려 노력한다. 애니메이션 뮬란에선 평범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강인한 의지로 성장해 나가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실사 뮬란속 주인공은 선천적인 무술 고수로 그려진다. 마녀 시아니앙능력은 이 영화 속 유일한 디즈니 색깔을 담았다. ‘뮬란의 의지와 선천적 강인한 를 언급하며 마녀 캐릭터를 대척점에 내세워 균형이란 콘셉트를 담고 싶었다면 이것 역시 원작 몰이해범주에서 해석될 수 밖에 없겠다. 덧붙여 유연족 병사들의 비범한 신체 능력 등도 뮬란을 중국판 무협 영화로 뒤바꿔 버린 안타까운 한 수로밖에 안보인다.
 
영화 '뮬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뮬란의 화려한 라인업이다. 주인공 유역비와 텅 장군역 견자단, ‘마녀를 연기한 공리, 황제역 이연걸 등 중화권을 넘어 전 세계 영화계를 주도하는 최고의 톱스타들이다. 조연급 캐릭터 역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연출은 이들 모두를 뮬란을 위한 배경으로만 소비시켰다.
 
영화 '뮬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뮬란의 익살과 유머 그리고 강인했던 여성의 의지와 성장의 과정은 사라졌다. 실사 뮬란은 상상의 판타지가 살아났던 점 외에는 달리 소비될 측면이 보이지 않는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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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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