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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국회 주도→시민대표단…여도 야도 '책임회피'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도 실패"
2024-04-26 17:36:24 2024-04-26 18:22:49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해 각국 대사들의 신임장 전달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윤석열정부의 3대 국정 과제(교육·노동·연금)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연금개혁은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을 뺀 맹탕 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넘기면서 연금 개혁을 회피했습니다. 
 
2022년 7월 여야 합의로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 수순을 밟았습니다. 결국 시민대표단이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야는 연금개혁안 합의에 나서는데요.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연금개혁' 외친 윤 대통령…대선 공약도 '파기'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연금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초당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합리적 연금개혁 방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이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받게 된다”라며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연금개혁을 첫 번째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애초 공약과 달리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는 보류됐는데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으로 대체되면서 공은 국회에 넘어갔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절반을 넘긴 2022년 7월 여야 의원 13명으로 구성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는데요. 정부 출범 직후 여야 동수의 14인 국회의원으로 연금특위를 구성했습니다. 
 
연금특위는 발족한 이래 4개월 만인 11월에야 두 번째 회의를 열어 민간자문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민간자문위원회는 모수(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 등을 논의했는데요. 연금특위는 지난해 2월 돌연 모수개혁은 손을 떼고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연금특위는 “모수개혁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 추계를 통해 하게 돼 있다”며 공을 정부에 떠넘긴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넘겼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의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빼면서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손을 놓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시민에 떠넘긴 연금개혁“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결국 연금특위는 산회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에까지 연금 개혁의 책임을 떠넘겼는데요. 시민대표단의 설문 결과에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 최종 연금개혁안이 나오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492명이 국민연금 학습과 네 차례의 숙의토론을 마치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결과 56%가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형 연금개혁안을 선호했습니다. 
 
민주당은 연금개혁안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성주 연금특위 민주당 간사는 “노후 불안 해소를 위한 소득 보장이 우선이라는 국민의 뜻이 확인됐다”라며 “민주당은 국민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존중하며 21대 국회 내에 최대한 입법 성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야당이 지지하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라고 포장한 것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에 지친 서민을 교묘하게 희롱하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의 극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25일 국민연금공단 본부를 방문해 “보험률 인상과 함께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려야 한다는 데 많은 지지가 있었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안에 대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의 첫 삽도 뜨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내 밥그릇에 손을 대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여론이 비교적 조용하다. 공론화 작업이 안 됐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연금 개혁안은 역대 정부에서 모두 나왔던 것이고, 여론 조성이 안 됐기에 설득 과정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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