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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 문희’ 이희준, 그가 주연의 무게 견딘 방법
“시나리오도 재미있었지만, 출연 결정 90% 대선배 나문희 출연 때문”
“과거 이성민 선배 떠는 모습 본 기억, ‘이게 주연의 무게인가’ 싶었다”
2020-09-15 00:00:00 2020-09-1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최소한 이런 궁금증은 생길 것 같다. 영화는 분명히 코미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주연 배우는 절대 연기신나문희 배우다. 이 정도면 사실 믿고 봐도 손해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또 다른 출연 배우가 이희준이다. 사실 애매하다. 코미디 영화 느낌이 물씬한데 이희준이다. 이희준이 누군가.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에서 강력한 배역소화력 갑 오브 갑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우 아닌가.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선 능글능글하다 못해 상대방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괴한 악의를 뿜어낸 곽상천을 연기한 바 있다. 사실 이희준이 뿜어내는 캐릭터 악의의 결정판은 2014년 개봉한 영화 해무창욱캐릭터다. 당시 그의 모습은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아 보기 힘든 짐승의 본능 그대로를 드러낸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영화 ! 문희두원이란 인물이 어떻게 이희준과 접점을 찾았는지가 사실 굉장히 궁금할 정도다.
 
배우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 분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된 뒤 유일하게 개봉을 강행한 영화가 ! 문희.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뉴스토마토에 만난 이희준은 요즘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1등이다. 놀란 감독 테넷과 경쟁 중인 작품이다! 문희를 소개하며 웃었다. 사실 굉장히 웃픈얘기이지만, 반대로 ! 문희가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해줬단 점도 얘기하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라도 개봉을 하는 게 맞다 아니다 논할 게 아니라, 정말 이렇게라도 해야 모두가 사는 것 아닐까 싶어요. 매번 다른 영화인 동료 분들도 말씀하시지만 이런 시기에 극장에 많이 와주세요라고 말씀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죠. 그래도 이런 시기에 우리 영화라면 오셔서 그래도 좀 즐겁게 보시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세계 3차대전도 좋지만(웃음) 저희처럼 오붓한 영화도 좋잖아요. 하하하.”
 
이희준이 설명한 오붓한 영화! 문희는 제목 그대로 이희준과 배우 나문희가 모자관계로 출연한다. 여기서 나문희는 치매를 앓고 있다. 그리고 이희준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광경을 치매를 앓고 있는 나문희가 목격한 것. 아빠인 이희준은 딸의 뺑소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목격자인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 수사를 벌인다. 이 과정이 포복절도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배우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이 영화는 진짜 시나리오하나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시골에 사는 별볼일 없는 남자가 사건을 마주하면서 점차 영웅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사실 처음엔 두원이란 인물이 그리 멋지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런데 치매 어머니에 딸까지 혼자 키우면서 저렇게 버티고, 그러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갈수록 멋지게 다가왔죠.”
 
무엇보다 그가 이 영화의 출연을 무조건적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에 반한 점도 있었지만 상대역인 대선배 나문희 때문이었다. ‘원로 배우란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나문희는 후배 배우들이 존경하고 또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선배 배우 가운데 언제나 1순위로 꼽히는 대선배다. 이 영화의 제목인 ! 문희도 사실상 나문희 캐스팅을 염두하고 지은 제목이었단다.
 
당연하죠(웃음). 시나리오 재미있는 건 물론 당연하지만 진짜 이 영화 출연 결정은 나문희 선생님 때문이 거의 90% 이상이에요. 저보다 선배님들 그리고 저 보다 후배님들 가운데 나문희 선생님하고 함께 할 기회가 있다. 그런 기회라면 거절할 배우가 있을까요. 선생님하고 함께 할 작품이라면 사실 장르나 내용이 문제가 아니죠. 하하하. 이번 작품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배우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현장에서 이희준의 눈에 비친 나문희의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고. 이희준은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면 그렇게 못할 거 같다란 대답만 얻었단다. 촬영 직전까지 100번이 넘게 대사를 맞추고 또 맞추고. 다음 날 촬영 스케줄에 따라 본인 스스로가 컨디션 조절하는 건 당연했다고. 60년 연기 생활의 내공을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고스란히 체득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진짜 억만 금을 줘도 못 배울 가치의 공부를 했죠. 선생님을 보면 연기 자체보다도 삶의 태도, 연기에 임하는 자세 등이 정말 제가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배우보다 대단하셨어요. 그냥 선생님의 숨소리 하나도 제겐 공부였고 가르침이었어요. 현장에서 손녀 분이 함께 계셨는데 촬영 직전까지 대사를 100번은 넘게 맞추고 들어가세요. 본인 실수로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걸 너무도 싫어하세요.”
 
대선배 나문희와의 호흡으로 정말 많은 걸 얻은 이희준이다. 하지만 말 못할 속사정 중에 하나는 영화 속 사투리 연기다. 이희준은 경상도 출신으로 지금도 억양에 약간 강한 사투리 늬앙스가 섞여 있다. 이번 영화에선 공교롭게도 강렬한 악센트와 빠르기가 눈에 띄는 경상도 사투리와는 전혀 반대인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다. 실제 촬영도 충청도에서 이뤄졌으며 사투리를 위해 장소 헌팅은 물론 평소 즐겨 보던 포털사이트 동영상까지 손수 검색했다.
 
배우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전 지금도 사투리는 그 지역 정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 문희결정하자 마자 충청도로 향했죠. 제작팀이 헌팅을 다녀온 그 지역 아저씨 집을 찾아 갔어요. 수박을 한 통 들고 찾아 갔는데, 그 아저씨도 영화 속 두원처럼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더라고요. 그 집에서 하룻동안 지내면서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죠. 그리고 충청도 사투리 하면 유명한 분이 최양락 선배님이잖아요(웃음). 예전 방송 동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요. 하하하.”
 
이희준은 데뷔 이후 첫 주연작이 이번 ! 문희. 의외다. 그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워낙 강렬한 배역만 도 맡아 왔기 때문에 데뷔 이후 첫 주연작이란 타이틀이 낯설 정도다. 그는 첫 주연작이란 타이틀에 얽힌 얘기도 전해줬다. 이 영화 직전 촬영작인 남산의 부장들에선 전혀 긴장을 하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였는데, 이번 작품에선 대선배 나문희가 있음에도 너무도 긴장을 했었다고.
 
배우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예전에 이성민 선배와 영화 로봇, 소리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성민 선배와는 예전에 연극도 함께 하고 알고 지낸 지 정말 오래됐죠. 그런데 그 선배가 떠는 걸 그때 처음 봤어요. 무대 인사에서 손을 떠시더라고요. 전 다행인지 이 영화가 요즘 어려운 시국에 개봉을 해 무대 인사가 없지만 그때 성민 선배가 느낀 무게감은 현장에서부터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게 무게구나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현장에 나문희 선생님도 계셨지만 그래도 제가 혼자 무언가 만들어야 한단 게 참 힘들었죠. 그래도 버텨야 했고. 두원이 버틴 것처럼 저도 버텼으니, 우리 모두 버텨서 즐거운 해피 엔딩을 다 같이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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