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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우성 “‘강철비2’ 속 분단에 대한 진지한 시선 느껴주길”
한반도 평화조약 ‘중재자’ 위치 대통령…“너무 답답하고 또 괴로웠다”
전반 ‘말의 액션’ vs 중반 ‘풍자와 유머, 후반 ‘잠수함 액션 위한 설계’
2020-07-28 00:00:00 2020-07-2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장편 상업영화에 새로운 트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할리우드에선 보편화된 방식이다. 바로 세계관이다. 시리즈가 아닌 세계관은 동일한 영화적 배경을 두고 다른 얘기 혹은 다른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은 여기서 조금 더 발전을 시켰다. 1편에 등장한 주연 배우 두 명을 고스란히 캐스팅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위치를 바꿔 버렸다. 1편에서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엄철우를 연기한 정우성은 2편에선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가 됐다. 1편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 곽도원은 2편에선 북한과 미국 그리고 대한민국 VIP 3명을 모두 인질로 잡고 한반도를 핵전쟁 위기로 몰아 세우는 북한 호위총국장을 연기한다. 전례 없던 시도다. 총 제작비 150억이 투입된 상업영화로선 굉장히 위험한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정우성은 오히려 이 점에 매력을 느끼고 세계관구축에 대한 흥미까지 더했단다. 연출 데뷔까지 앞둔 그는 감독 정우성입장이라면 더욱 더 외면할 수 없던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 정상회담언론시사회 며칠 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쏟아진 주변의 관심과 영화 속 한반도를 향한 무거운 주제 의식, 나아가 기자간담회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이유에 대한 속내를 우선 전했다. 먼저 그는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진보에 가까운 성향을 지닌 배우로 인식돼 왔다. 2014 5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로 활동 시작, 이듬해 같은 기구 친선대사로 공식 임명된 뒤 여러 차례 우리 사회적 발언을 해 왔다.
 
사실 배우 정우성은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를 그렇게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난민 친선대사로서) 발언이 정치적 발언으로 둔갑했고. 결국 정치적으로 읽혀질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영화에 출연까지 했으니 영화도 불리하게 될 수 있겠다 싶었죠. 감독님에게도 말씀 드렸는데. 절 무조건 원하신다고 하셔서(웃음)”
 
그의 우려와 달리 영화는 상당히 매끄럽고 또 복잡하면서 다변화되는 한반도 정세를 상당히 사실감 넘치게 담아냈다. 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 네 나라의 관계 속에서 정우성은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했다. 북한과 미국의 수교 협정과 평화 조약을 물밑에서 조율하는 완벽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연기였지만 누구에게도 행복한 상상이다.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만약 평화 협정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웃음). 우선 대통령 역할이고, 정상회담이 주제이니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 같은 걸 찾아봤었죠. 대통령이란 사람은 통일에 대해 얼만큼 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지는 어느 정도인지, 마음 가짐은 어떤지. 그런 것들을 연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죠. 그걸 베이스로 답답함과 괴로움을 드러내야 했기에 결코 쉽지 않았어요.”
 
그가 말한 답답함과 괴로움은 아무래도 영화 속 북한 원산에서 이뤄진 남북한과 미국의 3국 정상회담 장면일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한경재대통령은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휴전 협정문서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인 자리는 없었다. 무려 70년이 지난 지금의 영화 속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말한 답답함과 괴로움의 배경이 이것일 듯 싶었다.
 
길고 긴 민족 전체의 불행을 끝낼 수 있는 자리잖아요. 그 자리에서 전 한 마디도 못하고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정말 답답하죠. 너무 괴로웠죠. 그게 실제로도 우리의 현실이잖아요. 북한 위원장과 미국 대통령이 자신들의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설 때 죽겠죠(웃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황을 인내하고 감내하지 싶었어요. 대한민국 대통령 입장으로 그만 좀 하고, 이렇게 생각을 해 봐하고 한 마디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너무 안타까웠죠.”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점은 결국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다른 인물로 출연했지만 전편에 비해 더욱 더 고되고 힘든 영화로 정우성에게 다가온 이유이기도 했다고. 1편에선 현실적인 부분에서 출발해 판타지로 끝을 맺지만, 2편은 판타지적인 부분에서 출발해 현실적인 지점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정우성이 있었지만 그는 단순 비교를 하자면 1편에 비해 2편이 훨씬힘들었단다.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뭔가 표현을 하고 또 완성을 했단 입장에서 내가 뭘 했구나싶은 지점과 감정은 있어요. 그런데 이번 강철비2’는 무조건 참아야 했어요. 영화에서도 한경재는 계속 참고 또 참잖아요. 그래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통령이란 위치가 얼마나 극한의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해서 드리는 말씀이죠. 거기에 우리 민족이 겪은 너무도 긴 불행한 시간이 1편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게 된 것 같아서도 힘들었고.”
 
영화 전반적으로 무겁고 힘들고 쉽지 않은 메시지와 바람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풍자와 유머 그리고 사실감 넘치는 액션도 강철비2’에는 차고 넘친다. 액션이라면 일가견을 넘어서 충무로 최고 액션 스타로 이름값이 높은 정우성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배역도 대통령이기에 차분하고 가만히 있는액션으로 대신한다. 다만 말을 도구로 한 액션은 분명히 담겨 있었다.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의 설정과 구성 탓에 전반까지는 분명히 말로서 주고 받는 대사 액션이 많죠. 긴장감도 넘치고 그리고 후반 이후 잠수함 액션도 강력하고. 그런데 전반에 말이 주요 소재이다 보니 자칫 늘어질 요소도 있어요. 그런데 그걸 양감독님이 유머와 풍자로 채워 주시잖아요. 남북한과 미국 세 나라 정상이 잠수함에 인질로 잡혀서 나누는 대사를 들어 보면 사실 얼마나 웃겨요(웃음). 글쎄요. 사실 이 모든 배치가 후반에 집중된 잠수함 액션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는 1999년 영화 유령을 통해 잠수함 액션 영화를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지금과 당시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우성은 유령강철비2’의 잠수함 액션 비교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무려 21년 전 영화와의 기술적 비교가 절대치로도 접근하기 힘들단 것이다. 우선 강철비2’는 잠수함 내부 세트 제작에만 2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됐다. 모두 실제 잠수함 내부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양우석 감독님이 엄청난 밀리터리 덕후인 건 아시죠(웃음). 우선 저희 모두 실제 우리 해군의 전투 잠수함에 타 본 적이 있어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견학 형태로 들어가 봤죠. 그리고 잠수함 시뮬레이션 훈련 기구를 통해 실제 잠수함의 잠항 각도 라던지 전투시의 충격 등을 경험했죠. ‘유령때는 정말 지금하곤 비교도 안됐죠(웃음). 이번에는 거의 철저하게 고증에 입각해 세트를 지었어요. 승무원이 사용하는 작은 소품까지도 실제 잠수함 요원의 그것을 사용했으니.”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역시 남북한 문제를 다룬다. 이른바 강철비 세계관을 통해 이뤄진 두 편의 영화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은 격돌하고 또 화해를 하고 평화 공존을 위한 의견을 공감하기도 한다. 이런 메시지 탓에 이 영화 출연 배우들과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 그리고 이 영화 자체를 이른바 먹물 영화로 치부할 수도 있을 듯싶다. 이미 1편이 북한 핵 위협을 그렸던 탓에 보수정권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정우성은 원론적이지만 분명한 명제로 선을 그었다.
 
보고 즐기고 또 그 다음에 각자가 가져갈 수 있는 영화 속 의미를 얻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난 잠수함 액션이 좋아다. 난 어떤 인물이 좋았다 등등. 영화가 던지는 의미? 각자의 선택인 거 같아요.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셔도 어쩔 수 없죠. 그것도 선택이니. 분단의 현실이 무겁다 보니 그 분간에 대해 외면했던 것을 장르적으로 엔터테이닝하게 그린 것 뿐인데. 다만 분단 현실의 진지함과 그 진지함의 시선은 공통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가져가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그게 이 영화의 의도라고 전 생각합니다.”
 
P.S ‘3편이 기획된다면 대한민국과 북한 둘 중 어디로 가고 싶을까란 질문에 정우성은 일단 시나리오를 봐야겠다(웃음). 3편까지 나와 곽 배우가 출연하면 그것도 독과점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웃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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