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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1억5천만원 상승…불 붙는 서울 전세
전세 수요 쌓이는데 공급은 감소…상승 이어질 듯
2020-07-07 14:58:20 2020-07-07 14:58:2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의 전세가격에 불이 붙었다.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4일만에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뛰는 곳도 있다. 이는 수급 불균형의 영향이 크다.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가운데 청약 접수를 위해 전세에 머무르는 수요자도 다수다. 연내 서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데다 전세 공급을 부족하게 만드는 정책 요인이 겹쳐 전셋값 상승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5주차(6월29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가 전 주 대비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53주 연속 오름세다. KB부동산의 통계도 비슷하다. KB부동산 조사로는 지난달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0.22%를 기록했는데 4년9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실제 전세가격이 오르는 사례도 다수 나오고 있다. 마포구의 공덕1삼성래미안 전용 114.88㎡는 지난달 11일 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4일이 지난 15일에는 8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또 강서구 화곡동의 우장산아이파크 전용 84.97㎡는 지난달 22일 전세 매물이 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달 2일 전세 거래된 6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 올랐다. 불과 3주 사이에 수천만원이 상승했다. 동작구에서도 약 3주만에 전셋값이 뛴 사례가 나왔다. 사당동 롯데캐슬골든포레의 전용 84.98㎡는 지난달 16일 6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5월28일 전세 가격인 5억8000만원보다 5000만원 상승했다. 
 
광진구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전세 거래된 광장동 워커힐푸르지오의 전용 92.4㎡는 6억5000만원이었는데 5월23일 거래가격보다 5000만원 상승했다. 이밖에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래미안위브 84.99㎡는 전세 매물이 5월8일 5억8000만원에서 6월8일 6억원으로 오른 데 이어 6월19일에는 6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에서 전세 가격 상승이 뚜렷한 모습이다.
 
이는 전세 수급 불균형의 영향이 크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세 가격 상승이 힘을 받고 있다. KB부동산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 5주차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8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70대를 넘어선 건 지난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0에서 200 사이에 형성되는 이 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 수요가 해소되지 못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집값은 오르는데 정부 분양가 통제로 청약 인기가 높아지면서, 청약 자격을 갖추기 위해 일정 기간 전세에 눌러앉는 수요자들이 상당하다. 대출 규제를 이유로 매매에서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도 다수다.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점도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있다. 6·17 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단지의 2년 거주 의무 등도 전세 시장 불안 요인이다.
 
전셋값 인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요를 해소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데 입주 물량마저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7967가구로 상반기 대비 6766가구 적다. 지난해 하반기보다도 5586가구 줄어든다. 내년 입주 물량도 올 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 
 
여기에 단기적인 전셋값 폭등의 가능성도 커졌다. 여당이 지난 6일 임대차 3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 적용 전 집주인이 미리 전셋값을 높여 받을 여지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임차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라며 “임대주택 등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임차 시장의 안정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 서울시민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매물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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