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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끌어내린 유가, 바닥 통과…상승세 이어질까
2020-06-02 17:20:25 2020-06-02 17:20:2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유가급락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월 만의 마이너스 물가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물가흐름이 경기 회복세를 가늠할 주요 변수로 전망되면서 국제유가 동향에 관심이 모인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고 있지만,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국제유가는 3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2일 미국 뉴욕산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1%(0.05달러) 소폭 하락해 배럴당 35.44달러에 장을 마쳤다. 8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38.32달러에 거래돼 1.3%(0.48달러) 올랐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각국의 경제재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유가는 지난 4월 한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원유저장고 부족, 선물 롤오버 이슈 등이 겹치면서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CNBC에 따르면 7월물 WTI 가격은 5월 한 달간 88% 올라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약 40% 인상되면서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던 연초와 비교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유가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 사진/뉴시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슈퍼 콘탱고를 기록했던 원유 선물시장이 안정되면서 WTI 근원물과 12개월물 가격 차이가 71.98달러에서 3.53달러로 축소됐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2014년 유가급락 당시에도 콘탱고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유가가 진정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추세적인 유가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존재하고, 실물경제 회복이 원유수요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며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IEA(국제에너지기구)도 올해 원유수요가 전년에 비해 8~9%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유가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유가는 수요 회복 정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라며 "원유수요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은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경 바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도 "코로나 리스크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미중 무역갈등 요인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의 유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0.4% 하락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마이너스 물가 전환은 유가급락이 휘발류 등 석유류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면서 소비자물가를 0.8%포인트 하락시킨 데 주로 기인했다"며 "향후 소비자물가의 흐름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어떤 모습의 회복세를 보일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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