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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빗장거는 세계, 코로나 종식 앞둔 중국
2020-03-23 07:00:00 2020-03-23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병한 중국 우한의 공안당국이 지난 19일 '사스가 재발했다'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린 우한의 의사, 고(故) 리원량의 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당국은 당시 리원량을 불러 조사를 벌인 후 내린 견책조치를 철회하고, 관련 경찰들에 대해선 문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중국을 움직이는 핵심 권력인 공산당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철회하는 일은 신중국 건국 이후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우한을 전격 방문한 것에 이은 후속 조치로, 사실상 코로나 종식 선언을 앞둔 민심수습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 정부는 시 주석이 우한을 방문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간 다음 날인 11일 우한시 소재 주요 기업들에 대해 '조업제한령'을 해제했다. 베이징에서는 조만간 우한도 봉쇄된 지 만 두 달이 되는 23일을 전후한 시점에 봉쇄령이 전격 해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한 봉쇄령은 '통제사회 중국'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우한 봉쇄령으로 지금까지 1000여만명에 이르는 우한 시민과 5000여만명의 후베이성 주민들이 두 달여간 감금과 다름없는 격리생활을 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종식은 그런 값비싼 대가를 통해 얻은 결과다.

어쨌든 중국에서의 지난 19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평온한 하루였다.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34명이었으나 중국 내 감염은 단 한명도 없었다. 모두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였다. 주말인 21일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도 봄다운 봄이 찾아왔다.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탑에는 다시 불이 들어왔다. 베이징의 자금성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도 재개장준비를 마쳤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아직 완전하게 가시지는 않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입장객 숫자도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일상을 되찾고 있는 중국과 달리 세계는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위기가 현실화되는 중이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자국민의 해외여행 전면금지라는 초강수로 위기 경보를 격상했고, 뉴질랜드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외유입을 전면 차단해서 코로나19 환자 증폭을 막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일사불란하게 장악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을 전면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이다. 우한 시민을 희생하더라도 중국 전역으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봉쇄전략이었다. 춘제 연휴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우한과 후베이성을 봉쇄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기세를 제압할 수 있었을까. 다만 우한에서의 코로나19 전파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때까지 감염정보를 은폐하는 바람에 봉쇄 시기도 놓치고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도 못하면서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점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경우를 살펴본다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은 세계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모범적 사례인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정청 회의를 통해 흘러나온 방안처럼 '대구를 봉쇄했다'면 엄청난 후유증을 만들었을 것이다. 오히려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은 자발적 자가격리를 선택했고,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의 의료진들이 대구를 돕기 위해 몰려왔다. 중국이었다면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에 질려서 대부분 시민들이 도시를 빠져나가 중국 전체로 코로나19가 확산됐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역시 확진자가 폭증하던 북부지역 봉쇄령을 검토하자 사람들은 이탈이라 남부로 몰려갔고 급기야 불과 보름여 만에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시스템이 붕괴됐다. 이제 조기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목표는 의미가 없어졌다. 국경을 폐쇄하고 여행을 제한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조기 종식보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매도 먼저 맞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인 것은 틀림없다. 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당할 수는 없다. 기회는 위기를 위기로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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