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장 DLF 중징계 피할까
제재심의위 장기화 전망…칼자루 쥔 금감원장 판단 주목
입력 : 2020-01-19 12:00:00 수정 : 2020-01-23 09:48:39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따른 우리·하나은행장 제재심의위원회가 장기화 할 전망이다. 중징계에 나선 금융감독원과 은행 간 공방이 치열해져 제재심이 수차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제재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렸던 DLF 관련 제재심은 11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연기됐다. 2차 제재심은 당초 오는 30일에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안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오는 22일께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특히 제재심 쟁점이 '중징계'라는 점, DLF 내용이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제재심은 2~3차례 더 열릴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쪽의 의견만 듣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금방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하나은행은 제제심에서 변호사를 통해 PPT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제재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징계절차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제재심의위는 법적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 금감원장이 최종적으로 징계수위에 대해 재가를 해야 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제재심과 별도로 금감원장이 단독으로 징계수위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2014년 KB금융지주 전산교체 사태 관련 제재심에서 징계 결과를 번복한 바 있다. 당시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제재심을 열고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주의적경고'를 내렸지만,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를 '문책경고'로 끌어올렸다. 이 때 금융위와 제재심의위는 이들의 징계수위를 경징계로 밀어붙였는데 금감원장이 다시 단독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장이 중징계로 재가를 해도 금융위원장이 또 다시 수위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 KB사태 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수현 금감원장이 결정한 '문책경고'를 '직무정지'로 한 단계 더 수위를 높이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하나은행 DLF 제재심에서 경징계가 나올 경우, 윤석헌 금감원장이 중징계 수준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윤 원장은 2017년 취임 때부터 '금융개혁' 성향의 인사로 알려졌다. 이에 친금융 인사였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의 갈등이 지속되기도 했다. 다만 윤 원장이 제재심의 중징계를 받아들여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결정이 남는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은 위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소신은 규제 완화"라고 피력할 만큼 친금융 성향이 짙다. 은 위원장이 윤석헌 원장의 중징계 결정을 다시 주저앉힐 수 있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이 내린 중징계 결과에 은행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가령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 재직시절 투자 손실 이유로 받은 중징계 관련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금융당국 인사의 성향에 따라 DLF 징계수위가 번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각각 이해관계에 따른 징계수위 결정이 자칫 '관치'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이해관계 개입이 최소화되는 과정으로 징계 수준을 정해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봤을 때 국민과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이 납득이 가야하는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주요 은행장들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사칭 대출사기·불법 대출광고 스팸문자 대응 시스템 시행 업무협약식에서 작동과정 시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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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무릎을 탁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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