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힙' 뮤직)무채색 사랑과 눈물, 시가렛애프터섹스 'CRY'
입력 : 2019-11-06 06:00:00 수정 : 2019-11-06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글로벌 '힙' 뮤직은 해외 뮤직의 신보나 공연 소식을 입체적으로 보는 코너다. 해외에서 멋지거나, 새롭거나, 주목 받는 뮤지션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깊은 밤, 옅은 새벽녘이 아른거린다. 관능의 세계, 타오르는 감각 끝 닿는 나른한 허함.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사랑의 밀어와 지나간 인연의 신기루 같은 잔상들…. 
 
희뿌연 이 기억 조각들은 슬로우 모션처럼 흘러간다. 무채색 풍경으로 박제된다.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를 듣는 기억은 늘 그랬다.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가 2집 ‘Cry’를 냈다. 지난달 25일 세계 동시 발매된 앨범은 1집 ‘Cigarettes After Sex’이후 2년 만의 신보. 전작의 결을 유지하는 소리 디자인은 이들을 결국 하나의 장르로 만들고 말았다.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는 2008년 미국 텍사스에서 결성된 밴드. 그렉 곤잘레스를 주축으로 한 밴드는 중성적 허스키 목소리와 부드러운 멜로디가 특징이다. 1980년대 중후반 그룹 매지 스타 같은 드림 팝 계열의 듣기 편한 사운드. 여기에 공간을 텅 비우는 미니멀리즘적 소리 풍경을 더해 우울하고 몽환적인 이들 만의 정서를 극화한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 사진/강앤뮤직
 
신보 역시 전작 만큼 영화적이다. 흑백의 아련한 로맨스물을 연상시킨다. 사랑과 섹슈얼리티는 그들 만의 처연하고 부드러운 모노톤에 박제된다. 입술('Kiss It Off Me')을 거쳐 촉감('Touch')을 나누는 사랑의 세계는 상처와 울음('Cry')에 닿을때까지 슬로 모션처럼 흘러간다. 
 
몽글몽글한 기타 소리와 느리지만 일정한 간격의 탐, 슬프게 우는 듯한 심벌, 기쁨과 슬픔 양극의 감정선을 오가는 와중에도 일관되게 담담한 곤잘레스의 목소리…. 
 
전작과 차이라면 보다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것. 수록곡 'Falling in Love'는 실제 장거리 연인을 하던 곤잘레스 자신의 이야기다. "나는 오랜 기간 장거리 연애를 했고 주로 전화통화로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이 노래 두 번째 절은 그녀와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같은 영화를 동시에 보러 가는 데이트에 대한 것이다."
 
이 뜨거운 낭만적 음악을 감싸쥐는 건 앨범 커버다. 검은 먹구름에 흩어지는 빗줄기가 꼭 사람의 울음 같다. 뜨거운 청춘 바쳐 남김없이 사랑한 자의 눈물, 상처 자국.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2집 'CRY' 앨범 커버. 사진/강앤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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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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