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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노키즈존' 확산, "어린이와 엄마에 대한 이해가 먼저"
2019-04-29 06:00:00 2019-04-29 06:00:00
며칠 전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서 시내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그때 한 부부가 들어와서 식당 주인에게 어린 아기가 있는데 유모차를 한쪽에 두고 식당을 이용해도 될지를 물었다. 식당 안에는 우리 일행 외 다른 손님들은 없었고 주인은 흔쾌히 부부와 아기를 환영했다. 아기 엄마는 산후조리 중에 '콧바람'을 쐬러 산책을 나온 듯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우리는 아이를 동반한 외식의 경험이 많았고, 그 '콧바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다. 그래서인지 아기가 칭얼대거나 아기 아빠가 아기를 어르느라 식당 안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도 전혀 불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 막내 아이가 젖먹이였을 때, 시내의 한 프랑스 식당에 식사예약을 하고자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식당 매니저는 유아용 의자와 식사가 구비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유아를 동반한 식사가 어렵겠다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윤진 한국CSR연구소 연구위원. 사진/한국CSR연구소
현재의 표현을 빌자면 그 레스토랑은 노키즈존(NO KIDS ZONE)이었다. 노키즈존이란 2014년 이후 생긴 신조어로 영유아 및 어린이의 입장을 금지하는 업소를 뜻하며,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고 한다. 나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하고자 했을 때, 아이가 식당 직원들이나 식당에 온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식당에 가기 전에 고심하고 간 이후에는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프랑스 식당 이용을 거절당한 후에는 어른들이 주로 가는 레스토랑에 어린아이를 동반하지 않게 됐다.
 
구글에는 우리나라의 노키즈존(NO KIDS ZONE) 분포도가 있다. 그 지도에는 2019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400개의 노키즈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의  2017년 11월 노키즈존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노키즈존에 대한 쟁점 사항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어린이의 영업장 출입제한은 업주의 영업상의 자유이자 고유한 기본권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다. 둘째, 노키즈존이 어린이의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자 아동 차별인가 하는 문제다. 셋째, 고객의 행복추구권과 아이의 기본권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 하는 문제다. 넷째, 엄마들이 겪는 육아 스트레스가 공공장소에서 개념 없는 행동을 하는 원인이라면 자녀를 둔 엄마들을 비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다. 
 
이 쟁점들은 여전히 활발히 논의 중이다. 첫 번째 문제는 노키즈존은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했고, 따라서 앞으로도 노키즈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두 번째 문제는 지난 2017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식당 등의 노키즈존 방침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발표했다. 즉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장소가 아닌 일반 식당과 같은 곳이 합당한 사유가 없는 한 어린이와 같은 특정 집단을 서비스 제공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모든 아동 혹은 보호자를 상대로 차별행위를 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위반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나이를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세 번째 문제는 경기연구원의 시민 1000명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노키즈존이 아이의 기본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과잉조치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 문제는 개념 없이 행동하는 일부 엄마들이 비난의 대상인 가운데 엄마라는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반대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이 네 가지 쟁점 사항 중 네 번째 문제를 제외하고는 어린 자녀 유무에 따라서 시민들의 견해가 달랐다는 점이다. 만 10세 미만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만 10세 미만의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보다 노키즈존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까.
 
설문조사에서는 만 10세 미만의 어린 자녀의 유무와 관계없이, 93%가 넘는 대다수 시민이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들 때문에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 시민은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를 방치하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일부 엄마들을 맘충(Mom蟲: 아이를 방치하여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부 몰지각한 엄마를 일컫는 말)이라고 혐오하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반대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 응답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게 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로 육아 스트레스를 꼽았다. 잘못된 행동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해”를 답한 이들은 어린이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더라도, 자녀 출산과 육아 경험 그리고 육아 스트레스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체험을 되살려 어린이와 엄마를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앞으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 줄어들면 어린이와 엄마를 이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노키즈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육아스트레스가 더 심해지는 상황도 조심스럽지만 예상할 수 있다.  
 
흔히들 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2명 2018년 0.97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두고 저출산 해결을 위한 수많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합계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가’로 들어서면서부터 수많은 출산율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해가 거듭될수록 출산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는 앞으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이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시행하는 출산장려정책도 중요하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어린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혹은 양육하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육아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해하는 풍토 조성도 필요하다. 자녀를 출산하거나 양육한 경험이 없더라도 출산과 육아를 가정 개인의 책임이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 공동의 책임 혹은 문제로 넓게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포용국가 조건에는 어린이와 엄마에 대한 이해가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부모가 식당·영화관 등의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들을 방치하지 않고 업주나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포용적 이해 없이 무조건 어린이를 잠재적으로 피해를 주는 기피 대상으로 여기거나 혹은 주된 어린이 양육자인 엄마를 ‘맘충’등의 혐오대상으로 여기는 한, 아기 울음소리는 더 점점 더 듣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이윤진 한국CSR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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