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수소 드라이브)②전기차 안전성 불안에 '수소' 대안 확산
화재 위험에 전기차 수만대 리콜한 완성차 기업들
수소 누출 시 불붙기 전 공기 중 분산돼 비교적 안전
충전소 등 고질적인 인프라 부족에 시장 확대 제한적
2024-09-24 06:00:00 2024-09-2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5: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0월, 세계 1위와 3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수장이 한국에서 만난다. 그들이 논의할 주요 의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이다. 수소가 어떤 에너지원이기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보다 앞서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지, 전기차 보급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소는 안전성 측면에서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최근 몇 년간 전기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으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아왔으나, 그 핵심 기술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차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으나, 안전성 면에서 더 나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짧고 주행 거리가 긴 데다 화재 위험이 낮아, 최근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소차 충전을 위해 충전소 앞에 늘어선 차량. (사진=연합뉴스)
 
화재 사고, 대규모 리콜 등으로 신뢰도 하락한 전기차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에 덜 해롭지만, 그 핵심 기술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안전성 면에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고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를 빠르게 방출하는 과정에서 열 폭주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등의 위험이 따른다. 열 폭주는 배터리 셀 내부의 열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일종의 폭발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고는 총 612건 집계됐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차(005380) 등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의 배터리 결함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기도 했다. GM은 자사의 전기차 모델인 쉐보레 볼트 EV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이 발견돼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공급한 배터리 셀에서 음극탭 파손 및 분리막 폴딩 등 이중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GM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약 14만대의 전기차를 리콜했다. GM은 배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원)를 투입해 리콜 된 차량들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현대차 또한 2020년 코나 EV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약 7만7000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했다. 코나 EV에 탑재된 배터리 또한 LG엔솔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터리 셀 내부에서 발생한 합선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에 현대차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 및 문제가 있는 배터리 셀을 교체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리콜로 현대차는 약 1조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이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및 전기차 리콜 사례가 이어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신뢰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반면, 수소차는 전기차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화재와 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수소 연료전지는 연료인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은 물뿐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보다 안전성이 높은 '수소차'
 
수소차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연료의 물리적 특성에서 나온다. 수소는 매우 가볍고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누출 시 대기 중으로 빠르게 분산된다.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충격이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내부에서 열이 급격히 상승할 위험도 적다. 특히 전기차에서 수소를 저장하는 고압탱크는 복합재료로 제작돼 화재 및 낙하, 충격, 극한 온도 등 엄격한 안정성 평가를 거쳐 시중에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배터리가 고온에 노출되거나 60도 이상의 온도에만 노출돼도 화재 위험성이 발생하지만 수소차 같은 경우는 고온에 노출되더라도 수소를 저장하고 있는 탱크의 밸브가 가스를 외부로 분출하면서 내부 압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소 충전소에도 새로운 안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충전 과정에서의 압력 조절 및 온도 감지 시스템이 한층 정교해진 것이다. 차량에 수소를 충전할 때 압력과 온도 변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문제가 생길 경우 충전을 자동으로 중단, 폭발 및 화재 위험을 방지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수소누출감지 시스템이다. 수소는 무색, 무취의 기체로 누출 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감도 수소 감지 센서를 충전소에 설치, 공기 중 수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즉시 감지해 경고 신호를 발송한다.
 
이 같은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수소차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에너지조사기관 SNE리서치가 발표한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5621대로 집계됐다. 수소 비용의 변동폭이 커 충전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수소시장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는 게 SNE리서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수소차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충전소 개수를 늘리는 등의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정부가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45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제대로 구축하는 게 수소차를 보급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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