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밸류업 현주소)③DL이앤씨, 개선 없는 주주환원책…'무늬만 밸류업'
2024~2026년 연결 순이익 25% 주주 환원…현금배당 10%·자사주매입 15%
지난해 당기순이익 급감하며 1주당 현금배당 1000원→500원
상반기 '어닝쇼크' 여파에 올해 순이익 추가 감소 우려…현실화시 배당도 감소
2024-08-22 06:00:00 2024-08-2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17: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이에 따른 주가부양을 위해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참여가 시작됐지만, 대다수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말부터 급격히 업황이 악화된 건설업계는 셈법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탄탄한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치는 기업이 있다. <IB토마토>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현주소를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DL이앤씨가 연초 제시한 주주 환원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년 대비 자사주 매입 규모만 확대했을 뿐, 소각에 대한 계획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실적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실적 기준 현금 배당 규모도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DL이앤씨 본사.(사진=DL이앤씨)
 
여전히 0.3배 미만인 PBR…주가부양책은 ‘역부족’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주가는 전일(3만1250원) 대비 900원(2.88%) 오른 3만3150원에 마감했다. 이날 기준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배를 기록했다. PBR이 1배에 가까울수록 현재 기업가치에 주가가 부합한다는 의미이다. DL이앤씨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약11만700원으로 이에 부합하기 위해선 주가를 현재 대비 3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DL이앤씨는 3년마다 주주 환원 정책을 공개한다. 회사는 지난 2021~2023년 지배주주 순이익의 15%를 주주들에 환원했다. 지배주주 순이익의 10%는 현금 배당으로, 5%는 자사주 매입에 쓰였다. DL이앤씨는 해당 정책을 100% 이행해 왔다.
 
이 같은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DL이앤씨는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다만,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올해 2월 배당된 배당금은 전년 대비 절반에 그쳤다. 올해 2월 배당금 총액은 201억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우(우선주) 1주당 배당금은 550원, DL이앤씨2우(전환주)는 500원이 배당됐다. 지난해 2월에는 지배주주 순이익의 10%인 422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당시 1주당 배당금은 DL이앤씨우는1050원, DL이앤씨2우는 1000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5년부터는 연결 순이익의 10%가 주주들에게 배당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까지 지배주주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배당이 이뤄졌다”면서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 따라 1주당 배당금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2년 DL이앤씨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4315억원을, 지배주주 순이익은 41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10%인 422억원이 현금 배당에 활용됐다.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순이익 2021억원, 지배주주 순이익 1878억원으로 급감하면서 10%인 202억원이 주주들에게 배당된 것이다. DL이앤씨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6358억원 △2022년 4315억원 △2023년 2021억원으로 매년 약 2000억원씩 감소했다.
 
배당 기준 바꿨지만, 올해 실적도 ‘먹구름’…추가 배당컷 우려
 
올해 초 회사가 공개한 주주 환원 정책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연결 기준 순이익의 25%를 주주 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배주주 순이익에서 주주 환원율 기준이 ‘연결 기준 순이익’으로 변경된 것이다. 다만 지난해 DL이앤씨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2021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두 기준 간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배당률도 예년과 같은 10%다. 자사주 매입률이 기존 5%에서 15%로 10%포인트 확대됐을 뿐이다. 특히 매입한 자사주에 관한 구체적인 소각 계획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DL이앤씨의 올해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DL건설의 실적까지 반영된다면 연결 기준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3조9607억원, 영업이익 93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3조8206억원, 영업이익 1620억원)보다 매출은 3.6%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42.3%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반기순이익 역시 1292억원에서 48.4% 감소한 666억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중 자회사 DL건설이 시공 중인 모든 현장을 대상으로 리스크를 재점검한 결과 일부 현장의 원가율 조정과 이로 인한 대손충당금 반영으로 시장 전망치 대비 낮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DL이앤씨는 올 2분기 실적 관련 IR 자료를 통해 DL이앤씨는 올해 2900억원, DL건설은 BEP 수준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DL건설의 부진에도 DL이앤씨가 전망치(29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면 전년 대비 현금 배당 규모 축소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 영업이익(934억원)의 2배 이상인 약 2000억원의 실적을 하반기에 달성해야 하는 탓에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DL이앤씨는 올해 초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1000억원 수준의 보유 주식을 소각한 바 있다. DL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절차였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0월 DL건설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른 교환신주 약 168만주를 534억원에 매입했고, 올해 2월 이를 포함한 자사주 293만주(1083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주 매입 외 소각에 관한 계획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확대로 주주 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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