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좋다지만…탈중국·미국 의존 '가속화'
한국의 대미 수출 '최대치'…대중 또 제쳐
대중 수출도 늘었다지만…무역 적자 '장기화'
대중 의존도 낮추는 과정…여전히 현지 시설↑
"중국, 최종재로 주력 수출 상품 다변화해야"
2024-07-01 17:38:16 2024-07-01 17:38:1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대미국 수출이 다시 대중국 수출을 웃돌면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중국 소재 생산시설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원자재 가공·제련 기술의 국산화 등 공급망 내재화가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107억달러에 그쳤습니다. 반면,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14.7% 급증한 110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107억달러에 그쳤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중 제친 대미 수출 '탈중국화'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20여년 만에 앞지른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다, 지난 6월 최대 수출 1위국으로 등극한 겁니다.
 
올해 상반기로 추산해도 대미 수출은 9대 주요 지역(미국·중국·아세안·EU·일본·중남미·중동·인도·독립국가연합) 중 1위입니다. 상반기 대미 수출은 16.8% 증가한 643억달러인 반면 대중 수출은 5.4% 증가에 그치는 등 634억달러로 2위에 머물렀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대중국·아세안 수출이 올해 크게 반등"이라고 평가하며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 목표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의 대중 제재와 중국의 상품 수출통제 움직임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의 급변화로 무역시장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했지만 작년과 유사한 100억달러대(올해 6월 107억달러·작년 6월 105억달러)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작년 6월 대중 수출 감소 폭이 두 자릿수(-19%)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저효과가 반영된 데다, 대중 수입(-24.8)이 연중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대중 무역수지를 보면, -16.9%로 시작한 올해 1월 이후 2월에는 2.3% 반등했으나 3월 -8.8%, 4월 -19.4%, 5월 -9.1%, 6월 -2.4%를 기록했습니다.
 
40년 만에 최대 낙폭을 맞은 대중 수출과 대중 무역수지도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한 지난해에 이어 대중 기반 악화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107억달러에 그쳤다. (사진=뉴시스)
 
 
대중 의존도 낮추는 과정…공급망 내재화 필요
 
이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한중 무역구조와 공급망 구조의 변화를 꼬집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는 181억달러 마이너스로 역대 최대이자 1992년 이후 첫 적자 전환을 맞은 해입니다.
 
이 배경에는 자체 중간재를 생산한 중국의 수출 진화를 꼬집었습니다. 그 동안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의 역할은 외국산 중간재를 단순 가공하던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대세계 수입 중 중간재 비중은 45.1%로 2016년 대비 8.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한국 수입은 1차 산품·중간재·최종재 등 모든 가공 수준별 제품에서 성장세가 둔화했습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산업 수출구조는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상승하고 해외 중간재 공급자 역할이 축소됐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최근 대중국 투자를 회수하고 신규 투자를 줄이는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대중국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액을 보면 지난해 1~9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85% 급감했습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1위를 차지하던 때입니다. 이는 불확실성 증폭에 따른 탈중국행으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한중 무역구조의 변화 속에 한국 기업의 중국 소재 생산시설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주요 기업의 글로벌 생산 설비 중 15∼20%는 중국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차전지의 경우 공급업체 생산설비 소재지 및 본사 소재지 비중이 모두 중국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측은 "최종재로 주력 수출 상품을 다변화하는 등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이미 진출한 지역 외에도 중국 내 2선·3선 도시의 소비층 및 내수 기업으로 고객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국이 현재 독과점하고 있는 원자재 가공·제련 기술을 국산화해 한국 기업의 공급망 내재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설비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의 하반기 수출 전망을 보면 대기업 10곳 중 8곳(79.0%)은 하반기 수출 채산성(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이 전년과 비슷(50.0%)하거나 악화(29.0%)할 것으로 봤습니다.
 
채산성 악화의 요인은 '원유, 광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38.7%)', '수출단가 인하(22.7%)',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13.6%)' 등을 꼽았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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