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학교용지 의혹)③학교 지을 땅 없다?…저출생대책 손 놓은 서울시
서울시, 둔촌주공 신혼부부 300호 공급한더더니
중학교는 안돼?…오세훈, 저출생 정책 엇갈린 행보
전문가들 "학교용지, 공공공지 전환 부적절한 행정"
2024-06-25 06:00:00 2024-06-25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박창욱·유근윤 기자] 서울시청이 둔촌주공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저출생 대책에 손을 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겠다면서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에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300호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아이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여건 중 하나인 교육환경에 대해서는 엇갈린 방침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오 시장은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4396호를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오 시장은 "저출생 문제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범사회적 과제며 서울은 더 긴박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장기전세주택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는 각오로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공공주택 확대 방안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해당 방안에 따르면 무자녀 신혼부부도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습니다. 다자녀 가구의 경우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특히 입주 후 아이를 낳으면 재계약 때 적용하는 소득 기준도 20%포인트씩 올립니다. 자녀가 많은 가구일수록 소득이나 재산 기준이 완화된다는 겁니다. 임대주택 공급 첫 시작은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300호입니다.
 
하지만 시청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교육환경 조성에 대해서는 반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시청은 지난달 29일 둔촌주공 내 학교용지를 공공용지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신혼부부에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도, 정작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학교 마련 등 교육여건 대책에서는 '역주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정책 안에서 지향의 충돌이 있어 보인다"며 "재개발 계획 안에는 학생 수요와 수요 예측에 따른 학교부지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되어있는 거 같다"고 평했습니다. 이어 "'돈을 가져오면 (공공공지를 학교용지로) 바꿔줄 수도 있다'는 (논리는)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서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학교용지로 바꿔줄 때) 동일가액 재산을 가져오라는 건 사실상 학교용지로 다시는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시청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꾸는 것은 교육 여건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아닌 것 같다"며 "나중 시점이 되면 학령인구 숫자가 더 줄어들 텐데 그때는 학교를 추가로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학교부지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무법인 심목의 김예림 대표변호사는 "시청 입장은 추후 요건이 맞으면 공공공지를 학교용지로 전환해서 다시 학교를 짓게 해주겠다는 건데 재건축 사업이 끝나면 정비계획 변경이나 학교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학교를 지으려면 지금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미옥 강동구의원은 "시청이 학교용지를 공공용지로 전환한 이유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6개월 정도 남았고, 입주가 완료 시점이 내년 3월쯤이라서 학령인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뽑기가 어렵다고 들었다"면서 "그러나 강동구청과 강동구의회는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걸 재검토를 해달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둔촌주공 입주예정자들도 서울시가 일정 조건 하에서 학교용지를 돌려주겠다는 방침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중앙투자심사를 올리려면 학교 용지 상태로 있어야 가능한데 공공공지 상태에서는 심사 자체를 올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시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이기 때문에 학교 서울 시내에서 학교 시설의 총량은 점점 감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지난 5일 강동구는 서울시에 둔촌주공 학교용지 공공용지 전환에 대해 재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요. 서울시는 이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며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박창욱·유근윤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정확한 사태파악과 올바른 관점으로 써주신 기사네요. 서울시는 '공공공지는 하되 나중에 학교용지로 전환 가능하다' 는 말을 하는게 부끄럽지도 않은가봐요. 일진 선배가 엄마가 사주신 새패딩 뺏어가 놓고, 돌려달라고 하니 이거 얼마짜리니까 그만큼 돈 내면 돌려줄게 하는 상황이예요. 날강도 날라리 서울시

2024-06-25 10:45 신고하기
0 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