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장기침체의 '늪'
3대 경기지표, 10개월 만에 동반 하락
'고물가·고금리' 영향에 내부 부진 지속
경기회복 '경고음'에도 정부 "일시적 조정"
2024-06-28 15:40:11 2024-06-28 18:31:4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발생했습니다. 경기 둔화의 징후인 '트리플 감소'는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인데요.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코로나19 이후 4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한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정부는 '트리플 감소'에도 "일시적 조정, 경기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기지표가 정부 전망과 달리 거꾸로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트리플 감소'를 경기 회복 경고음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하반기 경기 하방 리스크가 곳곳에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로 가라앉은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개월 만에…기업도 가계도 '지갑' 닫았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습니다. 전 산업생산지수는 지난 3월 2.3% 감소한 후 4월 1.2%로 반등했으나, 다시 한 달 만에 꺾였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이 1.2% 감소했는데, 광공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이 1.1%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또 기계장비(-4.4%)·자동차(-3.1%)·1차 금속(-4.6%) 등에서 생산이 줄었습니다. 다만 수출 주력 업종인 반도체는 호조세가 이어졌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1.8% 늘어 지난 2월 이후 석 달 만에 반등했고, 수출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재고는 1년 전보다 32.8% 감소했습니다. 아울러 서비스업 생산도 0.5% 줄었습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0.2%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지난해 3∼4월 이후 1년여 만인데요. 의복 등 준내구재(-2.9%)에서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1개월 만입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1.0포인트)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수출 중심 경기회복 '적신호'…내수 부진 '경고음'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모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지만 정부는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일시적 조정'이라는 입장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월 산업활동은 전반적으로 주요 지표들이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전월 개선에 따른 조정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전산업 생산은 4~5월 전체로 보면 보합 수준에 위치해 있으며,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경기회복세에 대한 확신을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도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해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물가 상승률도 2%대에 안착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과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올 하반기 국내 경기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다소 다릅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부진에 빠진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데요. 내수가 수출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디면서 체감 경기는 냉랭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입니다.
 
실제 대다수 국내외 경제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에서 상향 조정했지만, 하반기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인으로 내수 부진을 지목하며 한목소리로 우려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민간 소비가 올해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며 내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산업연구원도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부문의 성장세가 제약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 중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괜찮은 성적의 경제성장률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 부문의 온기가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높은 체감 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민간소비 회복을 위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을 것 같다"며 "소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5월 산업활동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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