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자산운용사 ETF 보수 인하…설자리 잃은 중소형사
국내 ETF 순자산총액 104조…3년전보다 2배 성장
삼성·미래운용 점유율 80% 육박
ETF 운용보수 경쟁에 중소형사 출혈 우려
2023-08-14 06:00:00 2023-08-14 0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지난 6월 순자산 총액 100조원 시대를 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대형자산운용사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운용 보수를 인하하는 방식인데요. 업계에선 이미 과점 시장에서 중소형사의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TF 시장 성장에도 설자리 없는 중소형사
 
표=뉴스토마토
14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03조9774억원으로 전월(100조 7769억원) 대비 3조2005억원 증가했습니다. 지난 2020년말 기준 52조365억원에서 2배 성장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후 증시 변동성 확대로 간접투자 선호 심리가 부상하면서 ETF 시장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크게 쏠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ETF는 코스피, 코스닥 등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투자신탁 상품입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돼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고, 펀드 대비 낮은 운용보수와 큰 분산투자 효과가 장점입니다. 
 
자산운용사별 ETF 순자산액 점유율을 보면 1, 2위에 자리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41조9210억원(비중 40.32%), 38조5376억원(37.06%)을 차지했습니다. 뒤를 이어 KB자산운용(8.17%), 한국투자신탁운용(4.89%), 키움투자자산운용(2.82%), 한화자산운용(2.5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을 비롯한 그외 나머지 중소형사들의 점유율은 0.1%도 안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상위 지수증권(ETP)들에도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KODEX가 압도적입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합산거래대금 상위 20개 ETP상품 중 12개가 KODEX ETF입니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가 4개, 나머지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ETN이 자리했습니다. 국내 시장에 1100여개 ETP상품의 합산 거래대금이 498조원 규모인데, 상위 20개 상품 합산 거래대금이 390조원입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운용사 시장점유율은 대형사가 다 가져가고 있는데다, 판매채널까지 갖고 있어 중소형사들은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여있다"며 "상품들이 퀄리티가 똑같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규모나 유동성이 큰 대형사 ETF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수 인하 경쟁은 한층 더 심해져
 
표=뉴스토마토
대형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ETF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대형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경쟁은 치열합니다. 지난 1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1년 5월에 상장한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 ETF 총보수를 0.50%에서 0.29%로 인하했습니다. 2차전지 액티브 ETF 중 가장 낮은 보수입니다. 'KBSTAR 2차전지액티브(422420)'는 지난해 4월 총 보수 연 0.35%에 상장했고요. 이어 지난해 6월 신한자산운용도 'SOL 한국형글로벌전기(429980)차&2차전지액티브'를 총보수 0.55%에 상장했습니다.
 
최근에는 ETF 총보수를 소수점 두 자리까지 낮추는 등 대부분의 운용사가 경쟁적으로 낮은 보수를 책정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11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가 보수를 연 0.06%에서 0.01%로 크게 인하했습니다. 이는 국내 ETF 보수 가운데 최저치 수준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달 19일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총보수를 기존 0.03%에서 0.01%로 낮췄습니다. 신한자산운용도 같은달 22일 SOL 미국배당다우존스(446720) 총 보수를 0.05%에서 0.03%로 인하해 맞대응 했습니다. 연내 0.01%로 인하할 계획입니다.
 
ETF의 연보수가 0.01%인 경우 순자산 1조원 기준 자산운용사가 받을 수 있는 보수는 1억원에 불과합니다. 운용역 보수·운용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에 못 미쳐 규모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운용사들이 ETF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전세계 현상이라 시장 환경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ETF 보수 인하에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경쟁력 있는 액티브 ETF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운용사들이 투자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ETF 투자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현재 ETF 운용보수는 0.5% 내외로 낮게 형성돼 있습니다. 일반 펀드(1~3%)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요.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운용보수 수준이 운용사 수익에 당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규모가 작은 운용사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대형사의 운용 보수 인하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서 역마진 우려 등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중소형사 입장에선 액티브 ETF경우 경쟁력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기존대형사에서 만들지 않는 다양한 테마의 상품개발이나 차별화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운용역량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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