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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울시장이 인기투표인가
2020-11-05 06:00:00 2020-11-05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현재 서울시장 자리는 비어있다. 대행으로 서울시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민들의 손으로 선출한 시장은 없다는 것이다. 내년 4월 보궐 선거를 통해 새 시장을 선출하고 그로부터 약 1년여 후에는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다시 서울시장을 선출하게 된다. 내년 4월 보궐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만 8백억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체험 현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위해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 서울과 부산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귀책 사유로 선거를 다시 실시하게 되는 지역이다.
 
이낙연 대표는 고심 끝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고 당헌을 바꾸는 당원 투표까지 단행했다. 규모가 가장 큰 첫 번째와 두 번째 단체장을 결정하는데 후보를 내지 않아도 크나큰 정치적 부담이다.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주도한 당의 헌법임에도 불구하고 개정한 큰 이유는 정치판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역 판세뿐만 아니라 내년 보궐 선거는 대선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유력한 대선후보이기도한 이낙연 대표에게 보궐 선거 결과는 결정적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분석하면 같은 당 소속의 서울시장이 있는 대선후보가 서울 유권자들의 표를 더 많이 가져갔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를 받아 지난 1~2일 실시한 조사(서울유권자1000명 통신사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8.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어보았다. 여권 적합 후보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13.6%로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박주민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의원, 정청래 의원 순으로 나타났다. 후보 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범야권 적합 후보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9%다. 그 뒤를 이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희숙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순이다. 역시 후보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서울시장의 경쟁력 이어야 할 지지율이 인기투표처럼 인지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사에서 서울시장 여권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응답자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범야권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비율도 응답자 3명 중 1명이나 된다.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면 인기투표처럼 상위권에 있는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각 당의 노심초사가 엿보인다. 여당은 당헌까지 바꾸면서 후보자를 내기로 결정했다. 공천하기로 했다면 해답은 필승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또한 마찬가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공천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지역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함께 '막걸리 회동' 자리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장 자리가 이렇게 정치권의 하사품처럼 다뤄져야 할까. 이길 가능성만 강조해 인기투표처럼 진행되는 것이 맞는 일일까.
 
서울시 앞에 놓인 과제가 산더미다. 천만에 육박하는 인구가 살고 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대한민국 중심이다. 해결해야 할 민원과제는 넘치고 또 넘친다.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안전 문제도 챙겨야 한다. 주택 문제도 있다. 자고 나면 껑충 뛰는 집값을 비롯해 강남과 강북 지역의 균형 발전까지 신경 써야 한다. 서울이라는 사실상 '작은 국가'를 이끌어 가야할 중차대한 임무를 서울시장이 책임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대통령 선거에 나가도 손색이 없는 인기 정치인이라고 해서 넘볼 수 있거나 넘봐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미국 정치를 보더라도 뉴욕시장 자리를 대통령 선거로 가는 꽃길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만큼 광역단체장으로서 비전과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자리다.
 
현재 판도를 보면 각 정당은 어떻게 하면 내년 보궐 선거에서 이길 궁리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적합한지 그리고 어떤 비전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나 확인엔 소홀해 보인다. 뉴욕시장을 역임했던 줄리아니와 블룸버그는 뉴욕시장만큼 의미 있는 자리는 없다며 가치를 강조했다. 성 문제를 원인으로 치러지는 보궐 선거인만큼 피해자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와 함께 향후 근절 대책도 제시되어야 한다.
 
서울시장 관련 선거 여론조사를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아직 시민들의 마음에 쏙 들어 하는 후보자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더 궁금해 하고 따져 봐야 되는 부분은 누가 인기가 많은 지가 아니라 누가 서울시장으로서 더 준비되어 있고 비전을 가지고 있는 후보인지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단 한가지다. 서울시장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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