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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재건 마지막 골든타임"…힘 받는 '수도권 대표론'
전문가들 "용산 아바타·영남 편중·극우 유튜버와 결별하라"
"대통령실, 위기 본질 몰라…표 이탈 땐 개헌 저지선 붕괴"
2024-04-18 17:06:00 2024-04-18 19:02:2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4·10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겪은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들이 18일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보수 재건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주로 수도권 비윤(비윤석열) 당선인들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당의 안일함을 직격하며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또 다가오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당원 100% 룰 개정부터 영남 편중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비윤 당대표론'이 한층 힘을 받을 전망입니다. 
 
총선 참패 분석 첫 세미나…"수도권 위기론, 오래전 감지"
 
22대 총선에서 인천 동미추홀을에 당선되며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총선 이후 여권 내에서 총선 패배와 관련해 세미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세미나에는 비윤계로 꼽히는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또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와 박상병 시사평론가, 서성교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가 함께 자리했습니다.
 
좌장을 맡은 윤 의원은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의견을 당 지도부에 줄기차게 전달했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에서 이겨야 하는데 '수도권 심상치 않다', '수도권 위기 본질이 뭔지 원인 분석하고, 처방을 만들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으나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결국 위기가 위기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선거는 예견된 참패다. 선거를 제대로 못 치렀다"며 "집권여당 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300석 중) 192석을 야권에 갖다 바쳤는데, 이렇게 한가할 수 있느냐"며 "지금도 위기가 위기인지를 제대로 인식 못하는 게 우리 당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 의원은 "사실 지금이라도 새 원내대표를 뽑아서 비상대책위원회든, 혁신위원회든, 뭐든 출범시켜야 한다"며 "5월2일에 야권이 특검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니까 다음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원내대표가 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현재 원내대표가 태스크포스(TF), 비대위 등 빨리 만들어야 할 계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태 당선인은 "국민들이 윤석열정부를 지지한 이유는 조직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공정함에 대한 믿음, 대한민국에 당면한 국가개혁과제를 힘차게 추진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총선으로 국가 개혁을 이끌 추진력이 상실되고, 공정함에 대한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꼬집었습니다.
 
김 당선인은 "권력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법의 잣대를 평등하게 적용하는 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국민에게 믿음으로 준다면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범죄 피의자들은 그림자처럼 힘을 잃게 될 것"이라며 "법의 정의를 대통령이 스스로 살리지 못한다면 그런 자들이 정부·여당을 조롱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보수 재건의 길은 실용을 중시하고 야당과 대화하며 권위주의를 버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성교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 보고 일부에선 '지난번보다 의석수가 많으니 승리했다' 이렇게 보는 우물안 개구리식 정치인들이 있다"며 "이건 정말 위기의 본질을 모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 3대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를 5월에 추진한다. 무조건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108석 중에서도 상당 부분 찬성 숫자 나올 것이고, 그럼 개헌·탄핵 저지전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인식이 심각하게 좀 모자란 것 같다"고 직격했습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성교 건국대 교수, 국민의힘 김용태 당선인, 윤상현 의원,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박상병 시사평론가. (사진=연합뉴스)
 
"뒤에서 총 난사한 영남 인사…전대 나오지 마라"
 
향후 당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향한 거침없는 지적과 개선 방안도 쏟아졌습니다. 윤 의원은 "공천이 곧 당선되는 영남 출신 의원과 수도권 의원은 같은 현상을 보고 분석하는데, 현실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며 "그러다 보니 영남권 중심 당이 돼 공천에 목을 매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 쓴소리를 못 하는 문제가 당 내부에 완전히 굳어있다. 혁파하지 않으면 미래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성민 대표는 "대통령도 그렇고, 일부 영남 의원들도 그렇고 전혀 위기를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이번 전당대회에는 영남 의원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번엔 최고위원, 당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모두 다 영남이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다는데 뒤에서 총을 난사해 놓고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하겠다니,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대표는 집단지도체제 방식의 지도부로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에게 휘둘리지 않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지난 2년 간에 보지 않았나. 누가 되든 이 지도부를 지금처럼 단일 지도 체제로 두면 대통령을 상대하지 못한다"며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중진이 나올 수 있는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지도부에) 앉아야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것을 막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보수세력 육성을 견인하고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분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중요한 모멘트"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정말 보수 재건의 기회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을 떼라. 그래야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받아들인다"며 "보수방송 유튜버 인사들 지겹다. 영남 쪽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는 걸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중도 확장성 있는 인물을 뽑고 그 속에서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재섭 당선인은 "전당대회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쓰레기가 집에 어질러져 있는 상황에서 그 쓰레기를 보지 않기 위해 이불을 덮어놓는 꼴"이라며 "전당대회 룰 당원 100% 유지 의견이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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