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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기밀유지협약 공공기관에 '경평' 가점 추진

기술탈취 응답 기업의 77% 대응 못해…"내년 2월 용역결과 받아 반영"

2019-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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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기밀유지협약(NDA)을 가점 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를 공공영역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및 후속조치 심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부터 NDA 도입 여부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담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공공기관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각종 사업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했던 만큼 이를 정부차원에서부터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기술 국산화가 정부와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는 차원에서 경평에 넣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장치가 바로 NDA라는게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중기부의 설명이다. 
 
실제 NDA는 기업활동에서 일어나는 행위 중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밀 유지를 약정하는 협약으로 기술 유출 사전 방지에 방점이 찍혀 있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중기부 관계자는 "NDA 경평 반영을 위해 용역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2월까지 결과를 받아보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디어나 기술이 특허 등록 등 권리화가 안된 사례가 많다보니 중소기업이 분쟁에서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경평 반영의 이유로 꼽힌다. 작년 8월 중기부가 실시한 공공기관의 기술탈취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기업 340곳 중 13곳이 공공기관으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기술탈취 피해에 대해 어떤 조치도 못했다고 응답한 곳은 10곳으로 기술탈취를 주장하는 기업의 77%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실제 반영될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점수를 매기는 경평에서 가점은 기업들에게 등급을 가르는 요소로 좌우한다는 점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매년 공공기관 실태점검을 통해 평가지표가 관리된다는 점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기업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게 시차를 두고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위원인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평가에 도입된 혁신성장은 공기업 최대 2점, 준정부기관 최대 1점을 적용하고 있다"며 "경평 기준을 미리 제시해야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착륙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주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서비스 분야를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사전에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정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탈취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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