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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법정 선 전두환, 혐의 부인 후 또 '꾸벅꾸벅'
"수많은 죽음, 왜 책임지지 않는가" 질문에 묵묵부답
2020-04-27 16:58:59 2020-04-27 17:02:5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5.18 민주화운동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지난해 3월11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지 13개월여 만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27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 재판을 진행했다. 전임 재판장은 4·15 총선 출마를 이유로 올해 초 사직해 이날 재판은 사실상 재판부 변경 이후 첫 기일이었다. 피고인 신원 확인을 위한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있다.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연희동 집을 나서 오후 12시20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했다. 취재진은 전씨에게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전씨는 피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마친 후부터 눈을 감고 있다가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눈을 뜨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시작 40여분이 지나자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 과정에서 시청각 자료·동영상 등이 제시될 때는 잠시 집중력을 되찾는 듯 했으나 서서히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3월11일 열린 재판 중에도 거듭 조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 전씨의 변호인은 당시 재판장에게 "(전 씨가) 법정에서 조는 등 결례를 범한 사실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며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정신문을 위해 지난해 한 차례 법정에 출석한 뒤 전씨 측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강원도 홍천에서 한가롭게 골프를 치거나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호화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사회적 비난이 일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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