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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이루는 '코로나19' 구상권·손배소…배상, 쉽지 않다
재판 절차 시작된 사건 아직 없어…형사사건 결과,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2020-10-04 00:00:00 2020-10-04 0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기한 코로나19와 관련한 구상금·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르지만 재판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배상액 산정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과 단체의 행위와 감염병 확산의 인과관계를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전국에 제기된 수 건의 코로나19 관련 구상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재판 절차가 진행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소송 관계자 대부분이 의견서 제출을 미루고 있고 재판부 역시 관련 형사사건 결과를 보면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신천지 코로나 소상공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단이 지난 4월 신천지 대구교회·신천지 예수교를 상대로 매출 감소·정신적 위로금 포함 100억 원대의 피해 보상을 청구했다. 사진/뉴시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3월 제주도가 '강남모녀'를 상대로 제기한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당시 모녀는 코로나19 의심증세가 있었음에도 약만 처방받은 채로 여행을 강행했다. 피고들은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원고들이 보낸 의견서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대구광역시가 신천지예수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아직 1차 변론기일이 열리지 않았다. 서울시가 신천지에 대해 제기한 2억원 손해배상청구나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한 46억원의 손해배상소송도 재판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들 재판이 판결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가 청구한 배상액을 모두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민사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례도 없다. 비슷한 사례로 국가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청해진해운 회장 일가에게 세월호 참사수습비용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책임을 70% 인정해 1700억원을 부담하라고 판결한 적은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의 경우 배 운항에 대한 감시 소홀로 발생한 사고여서 상대적으로 인과관계가 뚜렷했다.
 
법조계는 소송의 대상이 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형사사건 결과, 피고의 행위와 감염병 확산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배상액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구지법은 신천지에 대해 교인 명단을 고의로 누락해 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로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수원지법도 코로나19 방역 방해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만희 신천지 총 회장을 심리하고 있다.
 
대구지역 형사사건 전문가인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개별 시민들에게 전염시켰어야만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고의성과 불법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거짓 진술,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도 유죄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사건 유죄 판결로 인해 적당한 선의 구상금이 인정될 수는 있겠지만, 지자체의 청구액 전체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미필적 고의를 가진 감염병 확산으로 개개인에 대한 상해죄 유죄 판결이 나와야 하고, 피고의 밀접접촉 이외에 다른 요소가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없었다는 개별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코로나19의 높은 감염율과 통계에 따른 경험칙에 따라 인과관계를 포괄적으로 인정 하려고 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배상액을 모두 수긍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와 지자체 소송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지자체는 감염병 확산 책임을 따지며 서로 구상금을 다투고 있다. 성승환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국가기관은 소송에 따른 인지대를 내지 않고 변호사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선임할 수 있어 지자체의 민사소송이 다소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민들이나 다른 지자체에 '보여주기식'이 되거나 시민들의 안전과 방역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국가 재산에 손해를 입혔을 때 국가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지자체 소송은 책임 소재가 명확한 경우에만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제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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