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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전면에서 코로나19 위기관리 해야"
(과학계 인터뷰)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
2020-03-23 06:00:00 2020-03-23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가나 행정 관료가 아닌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면에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이명화(43·사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연구개발분석단 단장은 22일 뉴스토마토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감염병이나 방역 전문가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 등 분야를 망라한 다학제적 전문가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단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주요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전문가 중심의 의사결정체계가 작동했다면 그동안의 위기 상황들을 좀 더 빠르게 수습했을 거라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 단장은 부통령을 책임자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미국과 비상사태 과학자문집단(SAGE)을 운영 중인 영국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전달되고 고려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상황에서 과학기술계가 정치적인 문제나 이해관계를 떠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같은 신·변종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선 연구비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017년 기준 신종 및 원인불명 감염병 부문에 투자된 연구개발비는 253억원, 감염병 분야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은 2486억원이었다. 이 단장은 “정부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의 지난해 예산은 55.5억 달러(약 6.9조원)이었고, 그중에서 바이오테러 및 신종 감염병에 대한 예산은 17.9억 달러(약 2.2조원) 수준이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방역현장에서 감염병 R&D 성과를 활용하는 데는 제도적 유연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일례로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진단키트들이 신속하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었던 이유로 ‘긴급사용 승인제도’를 꼽았다. 그는 “펜데믹이 선언되고,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달려 있다”며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유연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체계가 중요한데, 이 단장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에 국내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매개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국제 공동연구는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저조한 편이었고, 연구자 개인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같은 국제 백신연구 지원 조직에 정부의 공식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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