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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본격화…조직적 반발 예상
"법률적 쟁점 논의 시도 예상…운영 방한 함께 고민해야" 지적
2020-01-01 13:07:38 2020-01-01 13:07:3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는 등 그동안 검찰 개혁을 위해 각계에서 논의된 방안이 올해 실행될 전망인 가운데 검찰의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는 국민적 요구가 있는 만큼 검찰도 개혁 실행에 동참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176명 중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공수처 설치법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제한적 기소권을 보유하고,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범죄를 즉시 통보받는 공수처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공수처 설치법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와 관련한 기관 간 갈등, 특히 검찰로부터 이들 개혁에 반대하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표결 이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만큼 공수처 설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반발도 예상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새로운 기관이 창설되는 것이라 기관 간 역할을 조율하는 수사권 조정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각 기관에 따른 견해가 있을 수 있고, 검찰에서는 이를 법률적 쟁점으로 논의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공수처는 갑자기 나온 방안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논의된 것으로 많은 국민이 요구하는 측면에 있어서 이제는 결단의 시기라고 본다"며 "이미 찬반의 논거가 충분히 검토돼 실행이 목전에 와 있는 단계에서 공수처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공수처에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 따질 것이 아니다"라며 "절차적 문제없이 공수처가 출범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태도보다는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헌법 정신과 국가 이념에 맞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공수처법이 통과됐으므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법조계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부에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해당 사실을 즉시 통보해야 하는 조항에 대해 검찰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초기에는 아무래도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법이 통과되면 6개월 후 시행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잘 정착되리라고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에 사건 인지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 통제라고 보고 '독소조항'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조항인 사건을 이첩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이를 상하관계로 여길 수도 있기는 한데, 사건 이첩 요구와 관련한 업무 협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반발할 필요가 없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공직자에 대한 수사 정보를 독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점에서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안 통과는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달 27일 " 검·경 등이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공수처에 사건 인지 사실을 통보(사실상 사전보고)하고 공수처가 해당 사건의 수사 개시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공수처가 공수처를 포함한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사건 배당 기관', 즉 국가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시스템은 무력화되며, 검·경 수사권조정법안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경의 직접수사를 인정한 취지가 무의미해진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권은희 의원 수정안은 4+1 협의체 안보다 먼저 표결이 이뤄졌지만, 재석 173명 중 찬성 12명, 반대 152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지난 10월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검찰 마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앞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대응에 대해 법조계는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추미애 후보자가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검찰 개혁을 강조한 만큼 반발을 무마하고, 개혁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검찰 개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며 "추미애 후보자의 방향은 검찰권 분산이라 일정 부분 충돌할 것으로도 보이는데, 스타일상 반발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바라는 법무·검찰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철저히 되돌아보고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먼저 국민을 위한 법무·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재 공수처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굵직한 법무·검찰 개혁을 위한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되면 그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완료해 개혁 법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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