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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남북철도 연결해 유럽까지"…리커창 "함께 하겠다"
리커창 "양국 협력, 지금은 올바른 궤도…문화 교류 활성화 검토"
2019-12-24 00:23:49 2019-12-24 00:23:4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끊어진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이어 유럽까지 연결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일부완화 결의안 초안'에 대해 사실상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8시55분까지 중국 청두에서 리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하고, 한중 간 경제·통상·환경·문화 등 실질 분야 협력 제고 방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3일 오후 쓰촨성 청두 수정회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두에서 유럽까지 1만여km에 이르는 고속철도를 언급하고 "끊어진 남과 북의 철도와 도로가 완전히 이어지고, 한반도에서 중국, 유럽까지 그물망처럼 연결되는 유라시아 물류 혈맥의 완성은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비전을 함께 실현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길 당부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국도 함께 구상할 용의가 있다"면서 "중국은 북미 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에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적극 소통하며 중국도 긍정적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지난 16일 러시아와 함께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북한 수산물·섬유·조형물 수출 금지 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시한 해제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사업 제재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 제재 면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은 이미 지난해 착수식을 하고 언제든지 공사를 시행할 수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에 막혀 우리의 물자와 장비가 북측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로 막혀있다.
 
아울러 리 총리는 한중이 수교 후 경제, 인문 교류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거두었다며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하며 이것은 전 세계에도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 협력 메커니즘이 한때 파장을 겪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올바른 궤도에 있다"면서 양국 관계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한중일 FTA 협상의 실질적 진전' 등을 통한 경제협력을 보다 심화시키며, 혁신 산업·서비스 산업·환경 분야 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기 출범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특히 리 총리는 "문화·인문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며 한중 간 경제 분야에서의 새로운 진전을 희망했다. 이는 중국 내 한류확산을 막아온 '한한령 철폐' 검토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4차 산업시대를 중국과 함께 선도해 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리 총리는 "산을 높이 오르면 다른 산들은 작아 보인다"며 "한중 양국이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두보의 시(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오면 만물을 적시네)를 다시 언급하고 "지금 봄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따뜻한 미래를 향해 가자"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에 만났을 때 리 총리는 '동지는 겨울의 끝이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고 말했다"며 "어제가 동지였으니 앞으로 양국 관계가 지난 28년의 협력을 기반으로 봄날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쓰촨성 청두 수정방박물관을 둘러본 후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에게 특별 제작된 백주를 선물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두=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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