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종합병원 11곳 임금체불 63억… '공짜노동' 만연
고용부, 종합병원 수시 근로감독 결과 발표
2019-06-24 12:00:00 2019-06-24 12:00: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간호사 등 병원업계 종사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종합 병원 11곳에서 연장근로 수당 등 약 63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공개질의 '노동부장관과 대통령은 간호사 살인기업 처벌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중 태움(병원 내 집단 괴롭힘) 문화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지난해 2월 15일 투신해 사망했다. 사진/뉴시스
 
24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실시한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 이후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법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11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수시 근로 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37건의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근로 감독 결과 감독 대상 11개 병원은 서울(4개소), 인천(2개소), 광주(1개소), 대전(1개소), 경기(2개소), 강원(1개소) 등으로 이들 병원은 총 62억91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체불 금품 현황을 보면 연장·야간·휴일수당 60억1700만원, 퇴직금 9300만원, 최저임금 6600만원,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4100만원, 비정규직 차별 7400만원 등이다. 
 
주요 법 위반 내용을 보면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은 감독 대상 11개 모든 병원에서 적발돼 이른바 ‘공짜 노동’이 병원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 상태 확인 등 인수 인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근무시간 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근로 감독 과정에서 병원의 전산 시스템에 대해 디지털 증거 분석을 해 연장근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연장근로 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외에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를 위반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서면 근로 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아울러 이번 근로 감독 과정에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병원업계의 ‘태움’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병원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거나, 폭언, 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었다. 
 
몇몇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직원 대상 교육을 하고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하는 등 개선 움직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 감독 결과에 대해 시정 조치와 개선 지도를 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금품 미지급(14일) △퇴직금 미지급(14일) △최저임금액 미달(즉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처우 금지(25일) 위반 사항별로 시정 기간 부여한다. 
 
또 공짜 노동 예방을 위해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예방을 위해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해 취업 규칙에 조속히 반영하는 등 자율적인 예방·대응체계를 만들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원업계가 스스로 노동 관계법을 지킬 수 있도록 근로 감독과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의 결과를 정리해 안내 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병원업계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근로 감독을 하여 의료현장에서 노동 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이번 종합 병원에 대한 수시 근로 감독이병원업계 전반에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노동 환경이 열악한 업종과 노동 인권의 사각 지대에 있는 업종과 분야 중심으로 기획형 근로 감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