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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표현 말라, 고영태 기획한 것"
국정농단 무관 주장…고 전 이사 변호인 측과 설전
2017-11-13 17:08:21 2017-11-13 17:08:2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최순실씨가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에 발끈하며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기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고 전 이사의 9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2월 최씨 재판에 고 전 이사가 증인으로 나온 이후 약 9개월 만이고 법정 대면은 이번이 두 번째다. 최씨는 이날 증인 신문 시작 직후 "원래 부담이 돼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내려고 했다. 진실을 밝혀야 했다"고 말했다.
 
고 전 이사는 최씨와 친분을 활용해 김모 전 대구세관본부장을 인천세관본부장 자리에 앉히고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특정범죄가중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최씨는 자신은 관여한 일이 없다며 "고 전 이사가 먼저 (제게) 중고시계업을 하는 자기 선배가 세관장이 필요하다며 아는 사람이 없냐고 물었다. 세관장이 필요했던 거 같다. (제게) 추천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 변호인 측이 "그럼 왜 증인은 김 전 본부장을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에게 추천했느냐"고 묻자 "(제가) 말한다고 곧바로 되는 게 아니라 청와대도 인사시스템이 있다. 김 전 본부장이 청렴한 분이고 괜찮을 거 같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장 추천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최씨는 "제가 외국에 수십번 다녔는데 갑자기 세관장이 필요해 추천할 이유가 없다"며 "선물 같은 것을 받은 적이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더럽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고 전 이사는 김 전 본부장에게 200만원 상품권을 받았다. 증인도 받았느냐"고 묻자 "상품권 받은 증거를 대라. 도와주는 입장인데 그런 일을 하겠나"며 "당시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200만원 받을 군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는 신문하는 고 전 이사 변호인 측과 여러 차례 날을 세웠다. 최씨는 고 전 이사 변호인 측에 "의도를 가지고 신문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고 전 이사 측은 "묻는 것에만 답하면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시면 된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장이 나서 "원래 신문이라는 게 그렇다. 끝까지 듣고 답변하되 본인 공소사실 관련 질문이라고 생각되면 증언을 거부하면 된다"고 제지했다.
 
최씨는 "고 전 이사는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 뒤에서 일한다는 점을 약점 삼아 이를 퍼뜨린다고 1억원을 달라고 하는 등 수차례 돈을 요구했다"며 "파산 지경에 이른 고 전 이사를 건실하게 살라고 도와줬는데 이런 사태가 된 거 같다. 지금 오니 후회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 변호인이 '국정농단'이란 표현을 쓰자 최씨는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마십시오. 국정농단은 고 전 이사가 기획한 것이고 저는 완전히 당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 전 독일에 체류한 것과 관련해 "도피한 게 아니라 애초 체류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 나간 것이다. 독일로 왜 기자들이 찾아왔는지 (몰랐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 9월27일 고 전 이사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나오지 않았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고 전 이사는 지난달 28일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풀려난 이후 이날 처음 재판에 나왔다.
 
최순실씨가 13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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