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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채상병 특검' 강행처리…거부권 '유력'
김진표, 결국 야당 요구 수용…국힘, 반발 속 퇴장
국힘 "국회의장, 민주당과 짬짜미…대통령에 거부권 건의"
2024-05-02 16:48:58 2024-05-02 20:59:2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민주당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간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일명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을 단독 강행 처리했습니다. 총선 승리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등에 업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단독 처리에 반발하며 단체로 퇴장했는데요. 이후 여당은 특검법 표결을 거부하며 강하게 맞설 예정이지만, 재의요구권(거부권) 정국을 두고 깊은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 주도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고려한 처리 계획으로, 여소야대가 재연된 22대 국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채상병 특검법' 전원 찬성으로 의결
 
고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오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168명 중 168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는데요.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전원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안 설명에서 "순직사건을 밝히는 것은 총선 민심이기도 하다"라며 "이번 민심을 잘 받들어 정치를 하는 것 그것이 국회의 기본적인 의무이기 때문에 특검법 반드시 우리는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4월29일~1일 조사·전화면접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종료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은 6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9%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15%로 집계됐습니다. 
 
또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내놓은 정기 여론조사 결과(29일 공표·20~21일 조사·무선 ARS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65.2%가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23.5%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1.3%였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그간 여야 합의 처리를 주문하면서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장의 해외 순방 출국 저지를 불사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압박, 결국 이날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상정됐는데요.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 속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은 가결됐고,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은 상정됐습니다.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 본 안건에 대한 여야 합의 처리를 독려해 왔다"며 "그런데 21대 국회가 5월29일까지이므로 특수한 상황이다. 국회법이 안건의 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 해야 해서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오늘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을 표결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곧바로 규탄대회를 열고 "의사일정을 변경해도 국회의장이 양당 간 숙의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민주당과 짬짜미가 돼 입법 폭주한 것은 정말 개탄스럽다"며 "이번 폭거와 관련, 우리 당은 21대 마지막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의회 폭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표결 시 '17표 이탈' 땐 '윤 레임덕' 가속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밀어부치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카드라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전제로 깔고 있는 만큼 국방부와 대통령실 전현직 고위급 참모의 줄소환이 불가피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법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채상병 특검법'이 이날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려 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규탄대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윤 대통령이 또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의 부담은 상당할 전망인데요. 실제 민주당이 이날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데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5월 말 한 차례 더 본회의를 열어 여권의 '이탈표'를 확보해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려 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범야권 의석이 181석, 여권 의석이 115석(국민의힘 113석·하영제 무소속 의원·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임을 고려할 때 여권에서 17표가 이탈하면 의결 정족수(198석)를 채울 수 있습니다. 총선 참패 후 여권 내부에서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이탈 가능성은 한층 커진 상태인데요.
 
만일 여권 내 17표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해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의 여권 리더십은 완전히 상실했다는 방증이 됩니다. 때문에 임기 3년을 남긴 대통령의 레임덕은 무섭게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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