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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분권화가 필요한 사법부
2016-02-02 06:00:00 2016-02-02 06:00:00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은 분권의 시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분권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권력은 지방정부로, 수도권 중심의 경제는 지역경제로, 획일적인 중앙중심의 문화는 지방 중심의 개성적이고 다양한 문화로 바뀌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중앙정부의 고집으로 중앙과 지역의 갈등이 생기고는 있지만, 이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한 곳만 분권을 모른다. 바로 사법부다. 사법부는 법률의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재판만이 아니라 행정까지 대법원이 장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장이 전국 3000여 판사의 임명과 전보까지 모두 결정한다. 나아가 대법원장은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에 대한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대통령 다음으로 가는 권한이라 할 만하다. 국회의장도 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달리 선거로 선출되지도 않고 국회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사법부의 권한집중은 입법부와 행정부와 비교해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입법부야 원래 여당과 야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 자체로 분권화되어 있다. 행정부는 중앙정부의 권력이 지방정부로 계속 이동 중이다. 행정자치, 교육자치, 경찰자치 등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 공기업은 혁신도시 건설이라는 굵직한 주제로 지방 이전이 추진되어 최근 지방 이전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공무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임명하여 독자적으로 관리한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사법부의 분권은 잘 주장하지 않는다. 균형발전에 가장 관심이 많은 단체인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에게 제시한 지방분권 11대 정책의제에도 사법부의 지방분권은 빠져있다. 이 단체는 지방분권형 헌법개정, 지방 재정권 확립, 분권형 광역지방행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근본적인 분권 모델을 제시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사법부의 지방분권은 빠져있다.
 
현재의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저해하는 판결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위헌인 긴급조치로 피해를 봤는데도 국가는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과거사 판결, 법정에서 위증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 증언보다 밀폐된 검사실에서 한 진술이 더 믿을만하다고 한 한명숙 전 총리 판결,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무죄라는 취지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통상임금이 노사합의의 대상이 아니고 강행규정이라고 하면서도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그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고 한 통상임금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에 대한 견제가 없는 동안 사법부의 일방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판결만이 아니라 판사들의 행태도 문제다. 현 정부 들어서서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모두 고위직 판사들이 임명되었다. 고위직 법관들의 행정부 진출은 사법부의 관료주의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판사에 대한 임명권이 오로지 대법원장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판사 이후의 자리를 보장받으려면 대법원장의 눈에 들어야 하고 대법원장이 원하는 대로 판결을 해야 하는 구조가 남아 있다.
 
따라서 법원을 개혁하여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대법원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여기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법원의 재판과 행정을 분리하는 발상의 전환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법원의 재판과 행정을 같은 것으로 보아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은 재판의 원칙이지 법원행정의 원칙이 아니다. 국가 예산과 인력을 사용하는 법원행정은 당연히 국회와 시민의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 법률의 통일적 해석이 필요한 재판에서는 대법원이 최고 법원으로서 하급심을 지휘해야 하지만 행정은 반드시 대법원이 담당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최고법원이지만 다른 연방법원이나 주 법원의 행정을 담당하지도 않고 간섭하지도 않는다. 재판과 법원행정을 분리하면 재판이 아닌 법원행정의 분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사법의 분권을 위해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당장 헌법 개정은 어렵다. 지금은 헌법 개정이 아니라 재판과 법원행정을 분리함으로써 사법의 분권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분권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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