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은 패터슨"(종합)
"피해자 피 많이 묻은 것은 직접 찔렀기 때문"
"리도 공범"…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 못해
2016-01-29 18:05:39 2016-01-29 18:06:40
법원이 '이태원 햄버거집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37)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는 29일 살인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997년 4월 사건이 일어난 지 19년 만이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근접해서 찔렀고 피해자 양 목 부분과 가슴부분에서 피가 솟아나오는 중에도 수차례 공격이 이뤄졌기 때문에 피해자의 피가 가해자의 상의나 하의에 튀었을 가능성이 많고 오른쪽 손에 피가 많이 묻었을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리는 상의에 많지 않은 피가 묻은 반면 패터슨은 온몸에 피가 많이 묻어 버거킹 화장실을 나와서 피를 닦고 상의도 갈아입었다"며 피해자를 찌른 사람은 패터슨이라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별다른 동기 없이 피해자를 살해했다. 오른쪽 목 부분을 3회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끔직하고 죄질이 아주 나쁘다"며 "범행으로 21세 젊은 나이에 피해자는 인간적 존엄성과 생명을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1997년 4월5일 이후 지금까지 공범인 애드워드 건 리에게 모두 책임을 전가하면서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 유족들에게 진정어린 위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리에 대해서도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리가 피고인을 충동한 사실이 인정되고, 사람 목을 칼로 찌를 경우 사망에 이를 가능성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리는 장난으로 패터슨에게 범행을 부추겼다고 얘기했지만 수차례 공격이 이뤄짐에도 이를 말리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범죄사실을 친구들에게 과시한 사실 역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리는 앞서 살인죄 공소사실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일사부재리와 공소시효 완료로 처벌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패터슨이 피해자를 찔렀고, 리는 패터슨 범행을 부추기는 등 가담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범행 당시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살인죄 기소는 2011년 이뤄졌다”며 공소 제기 기간이 끝났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이 증거인멸 등으로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실이 살인죄 공소사실을 다투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사람을 사냥용 칼로 9회 난자해 현장에서 사망케 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4조 1항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 무기형에 처할 경우 20년의 유기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74)씨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대로 형량이 잘 나온 거 같다. 마음 편하다"며 "죄를 묻지 못할 줄 알았는데 속이 시원하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셨다. 영화도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리를 공범으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박재오 수사검사가 처음부터 공범으로 했어야 했는데"라며 "리에게 지금 벌을 못주고 있다. 똑같이 나쁜 놈인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23일 사건 발생 18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된 패터슨은 10월8일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결심공판에 이르기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또 진범으로 지목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리가 진범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리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20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 받았다. 리와 함께 구속 기속된 패터슨은 당시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2011년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피해자 유족은 패터슨이 사면으로 풀려난 해 11월 그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패터슨은 이듬해 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2000년과 2002년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수사공조를 요청했고, 2002년 10월 패터슨에 대한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미국 검찰은 2011년 5월 패터슨을 검거해 범죄인 인도 재판에 넘겼다. 2012년 10월 미국 법원은 패터슨을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 패터슨은 2015년 9월23일 사건 발생 18년 만에 이 사건의 진범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법정에 섰다.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기소된 패터슨은 사건 발생 18년 만인 지난해 9월 국내로 송환됐다. 사진/뉴스1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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