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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폭발로 정신분열…제대군인 31년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법원 "심각한 정신적 고통 군이 방치…발병 원인 제공"
2015-09-29 09:00:00 2015-09-29 09:00:00
A씨는 지난 1983년 5월 강원도 화천군 최전방 철책 초소(GOP)에 배치됐다. 이듬해 5월 비무장지대에서 보안등 설치작업을 하다가 지뢰폭발 사고를 당해 몸에 파편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A씨는 침울하고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등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군 입대전 성실하고 밝은 성격과는 정 반대였다.
 
하지만 군 당국은 신체적 외상 치료에만 집중했다. 전문적인 정신과 진단이나 치료는 없었다. 오히려 군 의료진은 A씨의 정신 상태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A씨는 오물, 비눗물, 담배꽁초 등을 주워 먹고 "내가 왕이다"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1998년에서야 첫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한 A씨는15년간 지속적인 진료와 치료 결과 2013년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2월 A씨의 신체 외상만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정신분열증에 대해서는 '군 복무 중 이뤄진 교육훈련과 직무수행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국가유공자뿐만 아니라 보훈보상대상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정신분열증도 국가유공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재판장 이규훈)은 A씨가 "지뢰폭발 사고로 발병한 정신분열증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뢰폭발 사고를 당할 경우 신체 고통 외에도 엄청난 굉음과 폭발력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도 함께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은 A씨가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 별다른 치료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이같은 미흡한 조치가 A씨의 정신분열증 발병 원인이 됐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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