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한승수의 부동산퍼즐)이사철에 전세대책?…정부의 '시대착오'
2015-08-09 11:00:00 2015-08-09 11:00:00
지난 8일은 입추였습니다. 절기상으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됨을 알리는 때죠. 부동산시장에서 가을은 이사철이죠. 이에 맞춰 정부는 가을 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중으로 대책이 나올 예정인데요. 가을 이사철에 대응해 가을에 전월세대책을 내놓겠다는 발상. 집을 구하는 계절과 이사하는 계절이 분리가 된지 언젠데…
 
가격 상승률로 봤을 때 전통적인 가을 이사철은 8월 말~10월 말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말이죠. 바깥 활동하기 좋은 이 시기 전셋집을 알아보기 좋고, 이사하기도 좋죠. 전셋집이 그렇게 부족하지 않았을 때는 말이죠.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은 가을 이사철은 여름부터 시작됩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맹모들이 전세를 찾아 떠나던, 과거 학군 선호 지역에서만 나타나던 현상이 전체로 퍼진 것이죠. 만성적인 전셋집 부족에 전셋집 선점을 위해 여름철부터 부지런히 중개업소를 찾는 세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의 전셋값 자료를 보면 2007년 이전까지 전국 아파트 6월 전셋값은 평균 0.31% 하락했습니다. 7월은 0.02% 상승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올해까지 6월 평균 상승률은 0.38%, 7월은 0.40% 오릅니다. 올 6~7월 두 달간 전셋값 상승률은 1.1%입니다. 역대 평균은 -0.05%죠. 여름 비수기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통념 속에만 남아있죠.
 
가을은 그냥 이사를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 땀을 비오듯 흘리며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타오르는 듯한 아스팔트 거리 위로 나옵니다. 국민안전처에서 폭염특보를 발령했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전셋집을 찾기 위해 중개업소를 찾았을 겁니다.
 
현재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방안은 매입임대를 늘리는 것이 골자인듯 합니다. 가장 빠른 입주가 가능하지만 가을 전세난에 대비해 내놓는다고 하기엔 소소한 내용이죠. 매입임대는 돈이 들지만 성의만 있다면 언제든 어렵지 않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죠. 행복주택과 같은 건설형 임대주택도 담겨있겠죠. 집을 짓는 게 볼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최소 3년 걸립니다. 장기 대책이죠. 연초 큰 그림을 그릴 때 발표하는게 더 어울립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하겠다는 대책은 '정부도 전세난을 걱정하고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퍼포먼스 정도로 봐야할까요? 전월세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정부 뒤로 총선이 아른거리는건 왜일까요? 아마 이번 대책을 이끄는 주축인 기재부와 국토부 장관은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시죠.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