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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에게서 전지현이 보인다
2015-01-09 16:08:54 2015-01-09 16:08:54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새해를 맞아 어떤 여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낼까.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성 스타들이 잇따라 새 영화를 통해 컴백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첫 스타트를 끊는 여배우가 있다.
 
주인공은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오늘의 연애’에 출연하는 문채원(29). ‘오늘의 연애’는 18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남녀 사이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다. 문채원은 기상캐스터 현우 역을 맡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문채원이 지난 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에서 선보이는 연기와 배우로서의 커리어 등이 선배 여배우 전지현(34)을 연상시킨다는 점.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의 공통점에 대해 짚어봤다.
 
◇개봉을 앞둔 영화 '오늘의 연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vs. ‘오늘의 연애’의 현우
 
전지현은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말 그대로 엽기적인 캐릭터다. 술에 잔뜩 취한 채 지하철에서 구토하는 것은 기본,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며 걸쭉한 욕설을 날리기도 한다. 지난 1997년 연예계에 데뷔한 전지현은 이 왈가닥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며 최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14년 후, '그녀'를 연상시키는 판박이 캐릭터가 등장했다. 문채원이 '오늘의 연애'에서 연기한 현우 캐릭터다.
 
문채원은 이 영화에서 신나게 망가진다. 특히 실감나는 만취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술의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소맥 폭탄에 소주, 양주, 여기에 입가심으로 맥주까지. 극 중 문채원이 술에 취한 채 추는 춤은 섹시 댄스라기 보다는 본능적인 몸부림에 가깝다.
 
현우 캐릭터는 “꺼져”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시발노마(施撥勞馬, 경주마처럼 열심히 일하는 근면성과 남들에게 베풀줄 아는 인품을 가졌다는 뜻), 족가시오(足加示悟, 만족을 더하여 깨달음이 보인다는 뜻으로 작은것에도 만족할줄 아는 미덕을 의미) 등 욕설을 연상시키는 사자성어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하지만 이렇게 망가진 문채원은 밉지 않고 사랑스럽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 그랬다.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전지현이 그랬듯, 문채원이 '오늘의 연애'를 통해 여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사진제공=신씨네)
 
◇‘찰떡 궁합’ 차태현 vs. 이승기
 
흥미로운 것은 '엽기적인 그녀'와 '오늘의 연애'에서 전지현, 문채원과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의 캐릭터도 묘하게 닮았다는 것.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호흡을 맞췄던 건 배우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이 연기했던 견우 캐릭터는 소심하고 착한 순정파다. 이 때문에 폭력적이고 막무가내인 여자친구에게 항상 당하기만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건 '오늘의 연애'에 출연하는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이승기가 연기한 준수 역은 극 중 18년 동안 현우를 짝사랑한 캐릭터. 준수는 막무가내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일삼는 현우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언제나 바쁘다.
 
차태현과 이승기는 엽기적인 성격의 여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만 '오늘의 연애'에서 그려지는 남녀 관계엔 요즘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됐다. '오늘의 연애'의 현우와 준수는 ‘썸’을 타는 사이로 묘사된다. '썸'은 이성 친구를 사귀는것은 아니지만, 사귀려고 관계를 가져나가는 단계를 일컫는 말. '오늘의 연애'의 박진표 감독은 요즘 젊은 세대가 쓰는 '썸'이란 단어에 주목해 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요즘식으로 풀어냈다.
 
◇‘섹시’ 전지현 vs. ‘단아’ 문채원
 
전지현은 지난 1997년 패션잡지의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각종 광고에 출연하며 '섹시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지현의 섹시한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프린터 광고와 샴푸 광고가 전지현의 대표작들. 지난해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며 인기몰이를 한 전지현은 여전히 섹시미와 청순미를 겸비한 최고의 CF 스타로 꼽힌다.
 
반면 지난 2007년 방송된 SBS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연예계에 데뷔한 문채원은 단아한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얻은 케이스. 지난 2011년 방송됐던 KBS '공주의 남자'에서 단아한 한복 맵시와 지고지순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사람은 여배우로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서른 즈음을 맞아 영화 속 왈가닥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 '오늘의 연애'를 통해 문채원은 데뷔 후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에 도전했다.
 
문채원이 선배 배우 전지현의 뒤를 이어 엽기적인 여성 캐릭터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까. 문채원이 '오늘의 연애'를 통해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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