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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청구권 포기' 잘못 설명한 변호사 손배책임
2014-04-09 06:00:00 2014-04-09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미국에 사는 의뢰인의 한국에서의 이혼소송을 대리한 중견 변호사가 재산분할 청구권 포기에 대한 설명을 잘못해 의뢰인의 손해를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박모씨(58·여)가 "설명을 잘못해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청구권을 잃었다"며 변호사 엄모씨(60)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원고가 미국에서 이혼소송과 관련해 선임한 미국변호사로부터 강제조정에 대한 설명과 조언을 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미국변호사가 한국 이혼소송에서의 재산분할의 포기의 의미를 정확히 조언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원고가 고학력자더라도 변호사인 피고가 잘못 파악해 설명한 재산분할 포기조항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원고가 포기조항의 의미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회가 있었더라도 변호사인 피고의 설명이 부적절함을 부정할 수 없다면 그 설명과 이의기간 경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의 설명·조언의무 위반과 원고의 강제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못한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인데 이와는 다른 취지에서 피고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엄씨는 2001년 미국에서 살고 있는 박씨를 대리해 남편 김모씨와의 이혼소송을 진행했는데, 박씨는 이와는 별도로 미국 LA에서 김씨와의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서울가정법원은 2002년 4월 "박씨와 김씨는 서로 이혼하고 김씨는 박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김씨가 이에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소송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엄씨에게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겠으니 국내소송을 종료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고법은 2003년 2월 두 사람의 이혼소송의 항소심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김씨가 박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며 이혼과 관련한 재산분할에 관해 국내에 있는 재산에 대한 부분은 상호 포기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강제조정결정이 있은 뒤 엄씨는 박씨에게 이 같은 내용을 팩스로 보내는 한편 박씨의 미국 변호사에게 "법원에 대해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하고 미국에서 재판을 받기로 했으므로, 시민권을 딴 이후로부터 박씨에 대한 재판관할권은 캘리포니아 법정이 가진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보냈다.
 
엄씨는 그러나 며칠 뒤 박씨에게는 "한국의 법원은 박씨가 미국 시민권자가 된 사실을 확인하고 앞으로 재산에 관한 모든 소송은 미국에서 할 것을 결정했다"는, 미국 변호사에게 보낸 것과는 다른 취지의 진술서를 보냈다. 이를 그대로 믿은 박씨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강제조정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미국에서 계속된 소송에서 서울고법의 강제조정 중 재산분할에 관한 포기 조항이 문제되자 엄씨는 박씨의 미국변호사에게 "법원의 결정문이 재산을 포기하라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기록되어 있으나 박씨의 재산분할권은 포기할 이유가 없고 박씨는 미국에 있는 재산까지 고려해 더 많이 받기 위해 미국 법원의 심의를 받기를 원했던 것"이라는 진술을 보냈다.
 
그러나 이에 의문을 가진 박씨의 미국 변호사는 서울고법의 담당 재판장에게 강제조정결정의 내용을 직접 질의했고 재판장은 "한국 내에 소재하는 박씨와 김씨의 재산에 대해서는 둘다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한다는 취지"라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이에 박씨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재산분할 청구권을 잃었다며 엄씨를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엄씨의 포기 조항에 대한 설명이 법원의 강제조정에 반하는 것으로 부적절한 설명이지만 그 설명과 박씨가 이의신청을 하지 못한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박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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