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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이민 제한법 통과..2차관문 EU와의 협정 남아
2014-02-10 14:26:53 2014-02-10 14:31:0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스위스가 유럽연합(EU) 시민의 이민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자유로운 이동을 원칙으로 하는 EU 조약과 충돌하게 생겼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대규모 이민 제한 법안이 스위스 국민 50.3%의 찬성으로 가결처리 됐다고 보도했다.
 
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알리는 기자회
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3년 이내에 자국민 800만명과 5억명의 EU 시민이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경쟁하기로 한 협정을 수정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15개 회원국과 각국 간의 자유로운 출입을 허가하는 '셍곈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위스가 이번에 12년간 이어져 온 협상 내용과 상충되는 법안을 통과 시키자 EU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스위스가 이민 제안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유럽과 자유롭게 인력을 교류하자던 협정을 전면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민 인구 차단으로 경제 약화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안팎에서 쏟아졌다.
 
비비안 레딩 EC 부위원장은 "스위스 마음대로 정책을 선택하면 곤란하다"며 "노동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43만명의 스위스인이 지금 EU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딩은 또 "스위스인 개개인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스위스의 최대 수출국은 EU이며 주요 산업인 화학, 의학, 바이오테크 산업의 45% 인력이 이민자로 구성돼있다. 특히,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로슈홀딩의 이민자 채용 비율이 높은 상황.
 
전체 인구로 따져도 오분의 일이 이민자라 이들의 유입을 제한할 경우 경제에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스위스 기업들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숙련 노동자들은 독일 등의 외부에서 넘어오는데 이번 법안으로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EU에서 건너온 노동 인력 중 69%가 고숙련 노동자다. 28개국 평균이 35%인 것을 감안하면 많은 수의 고급 인력이 스위스를 선택한 것이다.
 
고급 인력 유입은 이전부터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수백 년간 이민자들이 스위스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16세기경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계 산업을 일으킨 이들은 프랑스 출신의 위그노 교도이며 1839년 '시계의 왕'으로 통하는 '파텍필립'을 세운 이도 이민자다.
 
네슬레를 설립한 앙리 웨슬레도 이민자고 스위스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와치를 만든 사람도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의 니콜라스 하이에크다.
 
크레딧 스위스 관계자는 "재능있는 인재가 절실하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스위스 기업들에게도 해외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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