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찬 바람에..재계, 정부에 '읍소'
2012-10-19 14:32:42 2012-10-19 14:34:04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대기업이 위축되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경영자들 입장에 서서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재계의 '읍소' 작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면에는 중소기업과 민생 또한 파탄날 수 있다는 협박성도 짙게 깔려 있었다. 목적은 하나. 대선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여만 가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재계는 18일 정부로까지 하소연을 확대했지만 메아리는 공허하기만 했다. 임기말 힘 없는 정부가 들려줄 확신은 없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기업 입장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규제 강화는 기업의 경영활동과 함께 투자와 일자리 위축을 불러와 결국 국가경제의 후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었다. 대내외 경기침체라는 현 위기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성장'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동수 위원장은 재계 요구에 쉽사리 화답하지 못했다. 경제검찰의 수장이란 직책 탓도 있었지만 국정감사에 돌입한 19대 국회와 여야 유력 대선후보 진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내적으로 매우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중소기업의 영역 침범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태를 규제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따뜻한 시장경제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대기업 집단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정책 설명에 간담회 대부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근절을 위한 규제 개편 ▲내부거래 감시 강화 ▲지주회사 현황 등 대기업집단 정보 분석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의 정책 설명에 집중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공정거래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위주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친시장, 친기업을 표방했던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동떨어진 공정위 정책방향에 대한 불만의 표시도 이어졌다.
 
한 기업인은 "경제민주화 법안처럼 대기업 규제를 논의하는 정책들이 나오다 보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줄고 경기도 더 위축될 것"이라며 "그 여파는 대기업에서 끝나지 않고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에게까지 이어진다"고 항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업경영 규제의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한다"며 "다양한 각도에서 정책을 고민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또 다른 질문자가 최근 대기업에 대한 감시체제 움직임과 맞물려 공정위의 기업조사 강도가 높아져 부담이라고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각별히 유의하겠다"며 "기업인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내부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강경한 태도는 온데간데 없었지만 재계가 만족할 만한 화답도 아니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해 큰 피해를 봤다는 한 기업인에게는 "유지·보수 사업(MRO)과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업종은 특히 일감몰아주기가 심각한 업종"이라며 "내부 일감은 물론이고 외부 물량까지도 흡수하는 대기업들에 대해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철저한 법의 잣대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재계 반발을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한다는 태도였지만 이날 간담회에 자리한 경제인들로서는 입장이 분명치 않는 오락가락 답변의 연속이었다.
 
한편 대한상의는 전날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긴급모임을 갖고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만 있지, 정작 경제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며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위기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한 반발을 내보였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간담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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