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온, 채권자와 ‘짬짜미’에 줄줄 새는 회사 자금①
메자닌 통한 특정투자자 엑시트 구조 설계 의혹
비상장법인 지분 고평가 매입 후 손상…채권자는 현금화
2024-09-11 06:00:00 2024-09-11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퀀텀온(전 에이치앤비디자인(227100))이 반기 완전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과거 신사업 추진을 위해 진행했던 비상장법인 인수합병(M&A)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인수한 법인들의 기업가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M&A 후 대규모 손상으로 회사 재무가 악화했지만, 퀀텀온은 오히려 채권자의 수익을 보전해줬습니다. 일각에선 지난해 퀀텀온의 최대주주 변경 당시부터 메자닌을 통한 비상장사 지분 현금화 구조를 짠 것이 아니냔 의혹을 제기합니다.
 
CB 현금화 실패하자 퀀텀온이 변제
 
(그래픽=뉴스토마토)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퀀텀온 채권자인 김수연씨는 지난달 23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60억원 규모의 CB(7.76%)를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타법인출자주식 양수대금 지급 채무 이행’에 따른 처분입니다. 퀀텀온은 60억원 가치의 CB를 대신해 타법인 출자 지분을 김씨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퀀텀온이 60억원 CB를 변제하기 위해 제공한 타법인은 지난해 6월 퀀텀온이 인수한 소방제품 비상장사 ‘수’ 주식으로 파악됩니다. 앞서 퀀텀온은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수 주식 3만주를 60억원(주당 20만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애초에 수를 퀀텀온에 매각한 인물이 김수연씨라는 점입니다. 김수연씨가 보유하고 있던 CB 역시 수 양도 대가로 받았던 CB입니다. 
 
지난해 6월 퀀텀온은 메타버셜그룹과 에스에스매니지먼트로부터 수 지분 41.18%를 130억원(주당 13만원)에 인수했습니다. 지분 인수는 모두 기발행 CB와 BW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메타버셜과 에스에스매니지먼트는 각각 70억원, 55억원 규모의 CB와 BW를 130억원 대신 받았습니다. 
 
수 지분을 실제로 매각한 주체는 김수연씨로 확인됩니다. 거래 이후 김수연씨가 7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김씨 지인인 김상규씨는 55억원의 CB를 확보했습니다. 메타버셜그룹과 에스에스매니지먼트는 김수연씨의 지분매각 수단으로 활용됐을 뿐입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김씨는 수 지분 대부분을 현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수연씨와 김상규씨는 수차례 재매각과 장내매도를 통해 65억원 규모 CB와 BW를 43억여원으로 현금화했습니다. 
 
지난 1월 국보(001140)의 특수관계인인 유콘파트너스에 잔여 CB 60억원을 매각해 현금화를 시도했지만, 불발됐습니다. 당시 유콘파트너스의 파멥신(208340) 지분이 반대매매되고 인수가 불발되면서 메자닌 인수도 무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퀀텀온이 60억원의 CB를 변제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수연씨는 43억여원을 현금화했고, 퀀텀온에 팔았던 수 주식 3만주를 돌려받았습니다. 김수연씨는 “수 지분 매각 당시 반대급부로 퀀텀온이 투자한 타법인을 받았다”면서 “퀀텀온이 타법인 지분으로 CB 대물변제를 완료해 더이상 퀀텀온 관련 지분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평가 지분매입 후 대규모 손상 패턴 반복
 
시장에선 퀀텀온의 ‘수’ 지분인수 및 최대주주 변경 시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정 투자자들의 현금 확보를 위해 퀀텀온 메자닌이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퀀텀온은 지난해 2월 최대주주가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으로 변경된 이후 수와 대한종건 등 비상장사 M&A에 열을 올렸습니다. 당시 멘델스는 60억원 규모의 유증에 참여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는데요.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135억원 규모의 메자닌 지배력을 확보했습니다. 퀀텀온은 메리츠증권을 통해 170억원의 CB와 100억원의 BW를 발행한 상태였는데요. 모두 50%의 콜옵션이 있었습니다. 
 
퀀텀온은 작년 6월 해당 CB와 BW 콜옵션 행사 시기가 되자마자, 콜옵션을 한도까지 행사했습니다. 해당 CB와 BW는 콜옵션 행사 직후 그대로 수 지분 인수 대가로 사용됐습니다. 
 
문제는 수의 지분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점입니다. 퀀텀온의 수 지분인수 가격 기준 수의 기업가치는 313억원입니다. 현재 퀀텀온 시가총액(110억원)의 2.85배에 달합니다. 
 
수의 기업가치는 미래 현금유입액을 측정한 후 현재가치를 산정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이 적용됐는데요. 수가 외부 회계법인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는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기록. 2027년까지 매년 50%의 매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수의 실제 매출은 18억원에 불과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수의 지분 가치도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 지분 41.48% 장부가액은 39억원에 불과합니다. 인수 1년여만에 91억원을 손상처리한 것입니다. 퀀텀온에서 91억원이 날아갔지만, 김씨 등은 메자닌을 활용해 4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고 수의 지분 일부도 돌려받았습니다.
  
퀀텀온 직전 최대주주인 멘델스가 애초에 메자닌 지배력을 목적으로 특정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구조를 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퀀텀온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종건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퀀텀온은 지난해 200억원에 대한종건을 인수했는데요. 당시 대한조건 가치를 300억에 책정했고 부채 100억원을 반영했는데요. 인수 당시 183억원 규모의 소송에 휘말렸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합병 추진으로 지분법 적용이 중지돼 인식하지 못한 누적 미반영손실은 453억원에 달합니다.  
 
수 매각한 김씨, 라임 공모 혐의 실형
 
수 지분을 퀀텀온에 넘긴 김수연씨는 라임펀드 사기 공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KB증권 델타솔루션부 팀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심에서 실형을 받고 지난 5월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1억원의 선고유예를 받았습니다. 
 
수 지분인수를 결정했던 퀀텀온의 직전 최대주주는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입니다. 멘델스는 유앤디씨(한국이름 유철우)가 대표조합원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던 곳인데요. 유씨는 밸런서즈 등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셀루메드(049180), 세종메디칼(258830) 등에서 메자닌 투자에 나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퀀텀온은 지난 5월 최대주주가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에서 크립토케어로 변경됐는데요. 여전히 멘델스가 지분 8.2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새 최대주주인 크립토케어는 지난해 기준 매출 0원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A가 CB와 BW 등 메자닌을 통해 이뤄진 상황에서 대가로 지급한 메자닌을 돌려받고 채무를 이행했다면 계약 당시부터 보장사항이 있었을 수 있다”면서 “재무상태가 열악하고 재활용 가능한 메자닌이 많은 상장사는 무자본 M&A 세력 등이 선호하는 대상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퀀텀온 관계자는 “멘델스가 지배하고 수를 인수하던 당시 직원들이 남아있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 “금액 정도만 파악하고 있고 거래당시에 오갔던 내용 등은 당사자들에게 물어야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뉴스토마토>는 멘델스 유철우 대표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김수연씨는 “멘델스나 유철우 대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게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진=퀀텀온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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