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피하자?'…기술특례사 무더기 유증 '러시'
관리종목 유예 종료 앞두고 자금 조달
실적 추정치 무의미…좀비기업 양산
VC·창업주·주관사, 상장 자체가 목적
2024-08-29 15:25:53 2024-08-29 15:25:53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통해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한 '좀비기업'들이 또다시 주식 발행시장을 통해 연명을 시도하는 모습인데요. 기술특례상장 제도 본연의 취지는 퇴색하고, 좀비기업의 연명에 자본시장과 주주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관리종목 유예 종료에 유증'좀비기업' 양산
 
맥스트는 2023년 법인세차감전 손실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됐다.(사진=맥스트 홈페이지)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맥스트(377030)는 지난 26일 250억원 규모 구주주 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신주 발행가액은 2340원으로 1070만주를 발행합니다. 발행목적은 210억원 규모 1회차 CB(전환사채) 상환 목적입니다.
 
맥스트는 2021년 7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했습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3~5년간 관리종목지정이 유예되는데, 올해부터 일부 관리종목 지정 유예 혜택이 종료돼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 중 상당수는 관리종목 지정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달 들어 공모 유상증자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코스닥 기업은 총 5곳(최초 제출일 기준)입니다. 이중 맥스트를 포함해 압타머사이언스(291650), 이오플로우(294090) 등 3곳은 모두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했으며, 관리종목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정된 코스닥 상장사의 재무 관련 관리종목 지정 사유엔 △최근 사업연도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사업연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세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 초과 △자본잠식률 50% 이상 또는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등이 있습니다.
 
특례 상장사들의 경우 매출액 미달과 법차손 자기자본 50% 이상 2가지 항목에선 각각 5년, 3년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됩니다. 앞서 언급한 3개 상장사는 모두 올해 연말 기준 법차손 50% 이상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압타머사이언스와 이오플로우는 지난 2022년말 관리조목 지정 유예가 종료됐으며, 맥스트는 작년 말 종료됐습니다. 
 
3개 기업은 모두 지난해 결산 기준 법인세 차감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 넘어섰습니다. 모두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없을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밖에 현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비트나인(357880) 역시 올해 법차손 50% 유예가 종료되며, 2015년 기술특례 상장한 DXVX(180400) 역시 법차손 50% 이상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33%는 상폐위기
 
기술특례는 현재 영업 실적이 미미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일 경우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많은 특례 상장기업들이 상장 자체에만 집중하면서 제도의 취지도 훼손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제시한 미래 매출치를 달성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주관사의 과도한 매출액 추정으로 발생한 파두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440110)는 연간 매출 추정액을 1200억원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분기 매출이 1억 원에도 못 미치면서 ‘몸값 부풀리기’ 의혹이 커졌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술평가특례, 성장성특례로 상장한 기업 21곳(이전상장 제외) 중 33.33%에 해당하는 7개 기업이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30억원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2019년 상장한 기업들의 경우 올해(2024년) 결산시점 매출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됩니다. 
  
전문가들은 기술특례 상장이 일부 VC와 주관사, 창업주들만을 위한 시장이 됐다고 지적합니다. 일부 VC 및 상장 주관사와 손을 잡아 기술특례 문턱만 넘을 수 있다면 최대 수백배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면 바로 회생절차(법정관리) 단계로 가는 기업도 있습니다. 그만큼 회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술특례상장에 실패한 어반베이스와 큐젠바이오텍은 상장이 좌절된 뒤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사상 초유 상장승인 취소 사태의 주인공인 이노그리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는 실적과 성장성이 좋지 않은 기업조차 어떻게든 증시에 입성시켜야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면서 “발행사들 역시 최대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기 원하다 보니 주관사 입장에선 무리한 상장을 추진이나 고의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모가 고평가와 관련해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기업가치와 관계없이 기관투자자들은 자금모집을 위해서라도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는 연간 매출 추정액을 1200억원으로 내세웠다. 사진은 파두 상장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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