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없고 소비자 관심도 '뚝'…인증중고차 '찻잔 속 미풍'
현대차·기아·KGM 까다로운 조건에 매물 적어
철저한 품질 인증에 가격도 높아
내년 점유율 제한 풀리면 시장 확대 기대
2024-07-19 14:22:50 2024-07-19 16:40:3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해 10월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고 지난 5월 KG모빌리티(003620)까지 가세했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직접 인증한다는 점에서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판매 물량이 적은데다 다소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19일 기준 KG모빌리티의 인증 중고차 매물은 17대에 불과합니다. 매물이 부족한 데는 판매 차량이 5년·10만km 이내 차량으로 한정돼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의 차들은 대부분 고장이 안 나고 보증기간도 남아 있어 팔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습니다.
 
KG모빌리티 인증중고차센터 전시장.(사진=KG모빌리티)
 
5년·10만km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당시 기존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내건 조건입니다. KG모빌리티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지만 현대차와 연 판매대수가 10배가량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하면 매물 확보는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KG모빌리티 운행 차량이 현대차 대비 적은데다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4륜구동 용도로 지방에서 오래 타는 경향이 있어 상품성 높은 매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KG모빌리티 보다 차종과 판매량이 적은 르노코리아, 한국지엠도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물 확보 등의 이유로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현대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날 기준 현대차 인증 중고차 매물은 481대, 제네시스는 418대입니다. 올초와 비교해 200여대 늘어나는데 그쳤죠. 전기차는 현대차 5대, 제네시스 2대에 불과합니다. 
 
적은 매물 탓에 지난해 판매량은 1057대로 당초 목표치인 5000대의 5분의 1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치를 1만5000대로 잡고 중고차 가격 할인과 할부 금리를 낮추는 등 판매 활성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신차급 차량만 판매되고 있어 가격 역시 타 업체에 등록된 동급 매물과 비교하면 비싼 편입니다.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를 제한하고 200여 항목에 걸쳐 정밀진단을 거치는 만큼 기존 중고차 업체들보다 가격대가 비쌀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은 셈입니다.
 
경남 양산 하북면에 있는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사진=현대차)
 
적은 매물과 높은 가격에 인증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의 일 사용자수(안드로이드 기준)는 론칭 당일인 지난해 10월 19일 5만7692명에서 지난 15일 2606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보단 중고차의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내가 구입한 신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가 크게 떨어지는 차량이면 구입하기가 꺼려집니다. 반대로 중고차 가격이 높으면 중고차를 사는 대신 신차를 구입할 요인이 커지죠. 중고차 가격은 신차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이 낮으면 브랜드 신차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신차 가격 상승을 통해 제네시스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중고차 가격 방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내년 5월부터 시장점유율 4.1% 제한이 풀리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르노코리아, 한국지엠까지 뛰어들면 인증 중고차 시장 활성화가 기대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지금의 규모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기존 중고차 업체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들어와서 위축될 것을 우려하지만 도리어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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