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문재인…'모르쇠' 김건희
전 정권은 압수수색…김건희는 총장패싱·황제조사
2024-09-02 17:12:51 2024-09-02 18:23:24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피의자'로 적시되면서 정국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시점에, 검찰은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는데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엔 '감사의 표시'라며 면죄부를 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몇 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수사입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 (사진=뉴시스)
 
'경제공동체' 입증 관건…못할 땐 비판 직면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면서,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피의자로 적시했습니다.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취임했는데요. 그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씨를 자신이 설립한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했다고 의심하는 겁니다.
 
검찰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와 태국 이주비 등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습니다. 금품이 공직자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될 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를 '경제 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서씨의 취업 이후, 딸 부부에게 지원하던 생활비를 끊었다면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경제적 이득을 본 셈이란 게 검찰 논리입니다. 그러나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2018년 3월 무렵까지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독립 생계를 꾸려갈 벌이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이 딸 부부의 생계 대부분을 책임졌는지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2월 법원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뇌물 수수 사건 1심에서도,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이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아들이 독립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얻은 이익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대 윤석열 지지율…선두 선 '친윤' 검사들
 
눈여겨볼 대목은 검찰의 수사가 '왜 하필 이 시점이냐'는 겁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선이 붕괴한 상태입니다. 이날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8월26일~30일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9.6%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30일 <한국갤럽> 조사(8월27~29일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이 23%로 조사됐습니다. 
 
전임 대통령을 직접 겨눈 수사가 '국면전환용'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고, 고발된 지도 3년이 넘었는데요. 의혹이 있다면 서둘러 조사해 기소하거나, 혐의가 잡히지 않으면 신속히 종결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정권 초기엔 뭉개고 있다 갑자기 먼지털기식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국민의힘의 고발 이후, 진척 없던 수사는 지난해 9월 이른바 친윤(친윤석열)계 검사로 평가받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부임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무혐의' 처분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반면, 김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심지어 수사 검사들은 김 여사 안방이나 다름없는 경호처 건물로 찾아가, 휴대전화를 제출한 채 조사를 진행하며 '황제 조사'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는데요. 
 
검찰은 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명품 가방이 대가성 없이 건네졌다"며 무혐의 결론을 냈습니다.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검찰은 외부 견해를 듣기 위해 오는 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는데요.
 
이마저도 '반쪽 회의'가 되는 수순입니다. 대검찰청이 최재영 목사 쪽에 회의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결국 수심위원들에겐 김 여사 측이 주장하는 '무혐의' 근거 자료만 제공되는 셈입니다.
 
이를 두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건,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명품가방 무혐의'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 눈과 귀를 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대란으로 수많은 환자가 '뺑뺑이'를 치는데,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정치보복이 국정 우선순위이냐"며 "문재인 전 대통령 향한 정치보복은 국정 실패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눈속임 공작 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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