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에 김성태까지 1심 '유죄'…이재명 압박
검찰 "법원이 '이재명 방북추진' 명확히 밝힌 것"
2024-07-12 17:22:56 2024-07-12 17:22:56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이어 김 전 회장까지 ‘대북송금’이 ‘방북사례금’과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점을 인정한 겁니다. 
 
이 전 부지사에 이어 김 전 회장까지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향후 재판에서 상당한 압박을 느낄 전망입니다. 검찰도 '이화영-김성태 두 선고'가 이재명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방북추진이라는 점을 법원이 재차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7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대북송금 및 뇌물죄 등 혐의와 관련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대북송금' 실형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12일 김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뇌물공여,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 모두 죄가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김 전 회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5월14일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2년, 배임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년6개월 등 모두 3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으로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며 "회사 계열사는 재산상 피해를 입었고, 회사 이미지가 추락한 피해도 발생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어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려고 해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남북교류사업에 피해를 줬다”며 “거액의 자금을 북한에 전달해 외교, 안보상 문제를 일으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사건 범행 모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과 회유에 의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사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도 재판 직후 "지난 6월7일 이 전 부지사 선고에 이어 이날 재판부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500만 달러과 300만 달러을 송금한 목적이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인 황해도스마트팜 지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추진이었다고 다시 한번 명확히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대표가 7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 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2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재판에 영향 불가피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향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재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지난달 12일 이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쌍방울에게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명목으로 500만달러를 대납토록 한 혐의(제3자 뇌물)를 받습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표가 쌍방울의 500만달러 대납 이후인 2019년 5월 북한 측에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을 요청하고, 북한으로부터 방북 의전비용을 요구받자 다시 김성태 전 회장에게 300만달러를 북한에 추가로 대납토록 한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화 밀반출을 통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북한과 새로운 경제협력 사업을 하려면 통일부 등 관련 부서에 신고해야 하는데, 승인도 없이 추진했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받는 혐의는 이번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이 받은 혐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쌍방울 회장과는 ‘모르는 사이’이고, 김 전 회장이 주장하는 대북 사업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이 쌍방울 주가조작을 위해 독자적으로 북한과 모의한 것으로 이 전 대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합니다.
 
반면 검찰은 이재명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8년 10월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화영 평화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내달 경기도 국제회의에 북 최고위급 참석. 이재명 방북논의’라고 글을 올리는 등 분명히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전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린 날은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을 비롯한 방북 성과를 경기도청에서 발표한 날입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이어 김성태 전 회장까지 대북송금 혐의가 유죄로 판단되면서 이재명 전 대표의 대납 의혹(제3자뇌물죄)도 설득력을 얻게 된 셈“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두 재판의 선고를 놓고 볼 때 이 전 대표로서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