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105번…다양성 잃은 '5인 1색' 최고위원
"'명심'은 보증수표"…정책·비전 사라진 일극체제
'친명 일색'에 중도층 이탈…차기 대선도 우려
2024-07-11 17:44:19 2024-07-11 17:44:1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국회의장 경선에 이어 8·18 전당대회에서도 '명심(이재명 의중)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출마선언문에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를 언급한 횟수만 105번에 달하는 등 '친명(친이재명) 호위대'의 등장이 멀지 않았는데요.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민주당이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급기야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나선 김두관 전 의원은 "최고위원 5인을 뽑는 것은 그야말로 당대 다양한 목소리가 최고위원회에 모이게 하기 위함"이라며 "5인5색이 돼야 하는데 5인1색이면 최고위원을 왜 뽑나"라고 작심 비판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평균 9.5회 '이재명'…도 넘은 '명심 마케팅'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10일 양일간 최고위원 출마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았습니다. 총 13명이 출사표를 냈는데요. 원내에서 김민석·강선우·김병주·민형배·전현희·이언주·이성윤·한준호 의원이, 원외에선 김지호 부대변인·최대호 안양시장·박완희 청주시의원·박진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위원·정봉주 전 의원 등이 출마합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의 출마선언문에는 이재명 전 대표의 이름이 총 105번 실렸습니다. 이 전 대표를 이름을 말하지 않은 건 박진환 상임위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 2명뿐이었는데요. 이들을 제외하면 11명 후보가 평균 9.5회씩 이 전 대표를 외치며 '충성 경쟁'에 열을 올린 겁니다.
 
가장 많이 언급한 인사는 강선우 의원(29회)이었습니다. 강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직을 내려놨던 지난달 24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셀프 연임' 논란을 희석하면서, 이 전 대표를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었습니다.
 
강 의원의 뒤를 김지호 부대변인(20회), 전현희 의원(15회), 민형배 의원(13회), 한준호 의원(9회)이 따랐는데요.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전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했습니다. 전 의원은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 변호인으로 든든한 방패가 되겠다"고 했고, 민 의원도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지키고, 그 자산을 더 크게 키워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재명(왼쪽 네 번째)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 후보들과 함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강선우,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 이 전 대표, 전현희, 김지호 최고위원 후보. (사진=뉴시스)
 
당심도 명심 따라…의장 선거 '재현'
 
최고위원 선거 당락도 '명심'에 달린 형국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최고위원 예비경선(컷오프) 룰을 기존 '중앙위원급 100%'에서 '중앙위원급 50%·권리당원 50%'로 변경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최고위원 후보자는 오는 14일 컷오프를 실시해 본선 후보 8명을 추리고, 전당대회에서 최종 5명을 선출할 예정입니다.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해선 당원 지지가 절대적인데요. 사실상 '누가 더 친명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선거'가 된 셈입니다.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대표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내대표·국회의장 선거 등 중요한 국면마다 이 대표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강성 지지층·최고위원 후보 모두 이 전 대표를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양상은 전날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회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 전 대표는 회견이 끝날 무렵, 김민석·전현희·한준호·강선우·김지호 최고위원 후보를 단상으로 불러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공교롭게 후보 5인만 사진 촬영을 한 탓에 당 안팎에선 또 한 번 '명심 개입'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민생보다 "검찰 독재정권 타도"
 
민주당 내부에선 차기 지도부를 이끌 최고위원이 '정치적 역량'이나 '정책 비전'보다 '이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가 제기됩니다. 차기 지도부가 사실상 대선을 책임진다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 13명 후보자는 출마선언문에서 '당원'(159회) 외에 '윤석열'(94회) '검찰'(51회) '독재'(27회)를 언급했는데요. 이는 '민주'(25회)와 '민생'(17)보다 월등히 앞선 수치입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먹사니즘'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역설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정작 그를 보좌해야 할 최고위원들은 민생보다는 이 전 대표의 옹위만을 부각한 것입니다. 
 
결국 '이재명 2기 지도부'도 '대정부·검찰 투쟁'을 기치로 이 전 대표의 방탄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이어지는데요. 친명 일색 최고위원이 중도층 흡수를 어렵게 하고, 이 전 대표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가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는데요.
 
차 교수는 "민주당은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상태고, 민주당과 이 전 대표는 전력으로 맞붙어야 하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으로선 검찰 개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엔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민생과 관련한 우클릭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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