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단독 배지…"우상화 작업 마지막 단계"
선대 남북관계 흔적 제거·김정은주의·통일 폐기 이어져
2024-07-02 15:48:25 2024-07-02 15:48:25
지난 달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붉은 동그라미)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공식 행사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얼굴을 단독으로 새긴 배지(초상휘장)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2일 차인 지난달 29일 회의에 참석한 중앙위원 등 참석 간부 전원이 김정은 총비서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나온 겁니다. 개인 얼굴이 들어간 배지는 우상화의 대표 상징 중 하나입니다.
 
1984년 생인 김 총비서가 올해 4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총비서에 비해 단독 배지가 빨리 등장한 편입니다. 김일석 주석의 경우 1970년 그가 58세일 때, 김정일 위원장은 1992년 50세였을 때 등장했습니다.
 
유일영도체계(수령의 혁명사상만이 유일적으로 지배하게 하고 수령의 유일적 영도 밑에 전당이 하나와 같이 움직일 것을 요구하는 수령의 사상체계이자 영도체계)를 기반으로 한 전체주의 사회인 북한의 경우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는 필수 과정입니다. 더욱이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2013년부터 북한 정권 전면에 등장한 김 총비서는 올해 집권 12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통일부 "선대 흐리기-독자 위상 확립 움직임"
 
이와 관련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집권 10년 차인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부터 김정은 우상화가 본격화돼 왔다"며 "김정은 초상배지가 금번 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김 주석과 김 위원장에 이어 김 총비서까지 3대 초상화가 처음 공개됐고, 북한이 최대 명절로 삼아온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4월 15일)을 '4·15', '4월 명절', '봄 명절' 등 다른 표현으로 대체했다고 덧붙였는데요. 김 부대변인은 "이러한 일련의 김정은 우상화 동향은 선대 흐리기 일환인 동시에 독자적인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며 "경제난, 한류 등 외부사조 유입 등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높이고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견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북한 상황을 "김 총비서의 독자 위상화, 즉 우상화 작업의 마지막 단계"라고 진단합니다. '위상 확립 움직임'이라는 통일부 평가보다 이미 더 진전돼 있고, 우상화의 최종단계가 멀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난 2019년 10일 김 총비서는 금강산관광지구를 방문해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고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인 금강산관광사업을 정리해 버린 겁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적대적인 두 국가론'에 이은 '통일 폐기' 지시에 따라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철거했죠. 조국통일 3대 헌장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 원칙', 1993년 4월의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1980년 10월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으로, 김일성 주석의 통일 유훈을 상징하는 대표 기념물입니다. 
 
김 총비서가 선대와 다른 독자 전략노선을 분명히 한 겁니다.
 
지난 5월 22일 조선중앙TV가 조선 중앙통신은 지난 5월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며 다수의 사진을 보도했는데, 교내 혁명사적관 벽에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국정원 3년 전 "북 내부, '김정은주의' 용어 사용" 국회 보고
 
사상 분야에서도 '김정은주의'를 정립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21년 10월에 "북한이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체계 수립을 시작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는데요. '김정은주의' 표현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혁명사상으로 총무장', '김정은 동지는 사회주의 위업 승리로 이끄는 위대한 수령' 등의 표현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선대 때부터 이어온 고질적 경제난은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지만, 북한은 '핵무력 완성' '조선-러시아 동맹' 복원 등을 선대 수령들에 버금가는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이제 곧 학생들과 일반주민들 배지를 달게 될 것"이라며 "가슴에 다는 배지가 벽화 등 여러 상징 중 일반 주민들과 가장 근접한 도구라는 점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독자와, 우상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합니다.
 
"'김정은의 선대 지우기'는 기계적 해석"
 
김 총비서를 둘러싼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선대 흐리기' 또는 '선대 지우기'인지는 미묘한 문제입니다. '유훈 통치'가 기본인 북한 사회에서 '김정은 신노선'에 대한 수용성과 전략 유지 가능성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김 총비서의 통일 폐기 등은 선대 유훈들과 배치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완전한 반대가 아니라 나름의 일관된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노동신문'이나 북한 문건들을 보면, '조국통일 3대헌장'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안보위협이 가중되는 정세 변화에서 옛날 것만 고수하다가는 선대가 만든 북한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대 지우기'는 기계적 해석이라는 비판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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