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면 안돼"…상속세가 무서운 상장사
상속시 주식 평가 기준 BPS에 힘실려
2024-06-28 15:26:35 2024-06-28 15:26:35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상장사들이 오는 7월 말 발표될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도 덩달아 오는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립니다. 상속세를 주식의 시가가 아닌 순자산가치(BPS)를 기준으로 납부하게 해 주가를 낮추려는 동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율은 최저 10%부터 최고 50%까지의 5단계 초과 누진세율 구조입니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20% 할증까지 붙이는 것을 감안하면 명목 상속세율은 60%에 이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입니다.
 
특히 상장회사 주식을 상속할 때는 평가 기준이 시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상속 개시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매일 종가의 평균액입니다. 비상장 주식도 기본적으로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은 시가 대신 본질가치로 평가합니다. 원칙적으로 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 대 2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액으로 평가합니다.
 
때문에 현행 상속세 제도가 국내 상장사의 주가 저평가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대주주들은 주가 상승이 자신의 재산 상속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주가를 장부가보다 낮은 이른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 10곳 중 6곳이 PBR 1배가 안됩니다. 주가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상속세만 정상화된다면 한국의 기업가치도 오르고 연기금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모 제조업체는 시가총액이 7000억원 정도 되는데, 이곳의 자산은 4조원 가량"이라며 "이 회사의 (주가 상승으로) PBR이 1배로 오를 경우 세금 부담이 6배 가까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상속세를 현행 시가 평가 방식이 아닌 BPS 기준으로 납부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BPS는 기업의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해 주가 변동과 무관하게 상속세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본과 독일 등에서는 비상장 주식의 상속세를 BPS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상속세율을 낮추는 동시에 매일 변동하는 시가 대신 본질가치를 중심으로 상속세를 부과해야 기업들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려는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 관계자는 "상속세를 BPS기준으로 납부하게 된다면 이미 납부할 세액은 확정적이니 최대주주는 주가를 올리려 할 것"이라면서 "주가가 높게 평가받으면 평가받을수록 지분을 적게 팔면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된다"고 했습니다. 단순하게 상속세율을 낮춰봐야 주가를 낮출수록 상속세가 내려가는 것은 변함이 없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 제도는 성장기업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주식시장은 본래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주가가 높은 기업에게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결과적으로 성장기업에 대한 특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죠.
 
아울러 최대주주에게 적용되는 상속세율이 최고 60%에 달하는 반면 자본이득세(주식 양도소득세)는 25%에 불과한 '세율 불균형'도 문제로 꼽힙니다.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알짜 사업을 자녀 명의 회사로 몰아준 뒤 개인회사 지분을 팔아 상속세 대신 25%의 양도세만 부담하는 게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최대주주 할증, 가업상속공제, 유산취득세 전환 등 각론들을 거론하며 "전체적으로 우리의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제도 자체가 20년 이상 개편되지 않아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