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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피아, 최대주주 이익에 줄줄 새는 회사자금①
서 대표, 계열사 자금 동원해 부동산 매각
자본잠식에도 대출로 부동산 매입하는 세토피아
이촌 "세토피아, 자금거래 타당성 확인 불가"
2024-04-08 06:00:00 2024-04-08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세토피아(222810)가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최대주주와의 부동산 거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한 거래가 아니라 최대주주의 현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세토피아 감사를 진행한 이촌회계법인 역시 세토피아의 ‘투자 및 자금거래의 타당성 및 회계처리의 적정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감사의견 거절에 최대주주 거래도 '논란'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토피아는 전일 장마감 이후 2023년 결산 감사의견 거절을 공시했습니다. 결산 기준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합니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세토피아의 주식 매매도 거래정지 됐습니다. 
 
세토피아의 감사를 진행한 이촌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의 이유로 △투자 및 자금거래의 타당성 및 회계처리의 적정성 △내부통제미비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촌은 “회사의 투자 및 자금거래와 관련한 타당성, 회수가능성과 우발부채 평가 및 회계처리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회사는 자금거래, 매출거래, 매입거래 및 부정방지 관련 전반적 신뢰성에 훼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의견 거절로 세토피아와 최대주주의 거래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이 세토피아를 사금고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앞서 세토피아는 지난해 11월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907-8’ 소재 세토피아빌딩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양도인은 최대주주인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이며, 세토피아의 양수목적은 ‘업무환경 개선 및 자산 증대’입니다. 
 
업계는 세토피아가 최대주주 소유의 토지를 매입해 준 만큼 가격책정 등 여러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내부자 거래인 만큼 부동산 거래가 회사에 필요에 의한 것이 맞는지, 실거래가보다 고가에 매입한 것은 아닌지 등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서 대표 영향력 행사 의혹…가격 적정성 확인해야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회사가 불필요한 부동산을 사들였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세토피아의 경우 사상철 대표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는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기도 합니다. 서 대표가 부동산 양수·양도 기업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최악의 상황에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배임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서 대표는 에스에이코퍼레이션 지분 51.7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 2대주주인 마이더스에스에이(46.67%)의 지분도 20.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과 마이더스에스에이는 상호출자 구조입니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이 마이더스에스에이 지분도 28.6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각대금을 지분율대로 나눠 가질 경우 서 대표는 매각 대금 350억원 중 290억원가량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밖에 매각 대금은 마이더스에스에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원태, 서석현씨 등에게 돌아갑니다.
 
서 대표가 세토피아빌딩을 인수한 모습은 부동산 투기와 유사한 형태를 보입니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은 흡연소 설치 등을 주사업으로 하는 법인입니다. 지난 2020년 세토피아의 3자배정 유증(50억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당시 25억원은 마이더스파트너스로부터 차입했습니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은 세토피아 인수 직후 세토피아빌딩을 인수했습니다. 인수대금 220억원 중 194억원을 마이더스에스에이를 통해 차입했습니다. 당시 마이더스에스에이는 4개 저축은행으로부터 197억원을 차입해 세토피아빌딩을 부동산담보신탁 설정했습니다. 사실상 인수대금의 90%를 차입한 셈입니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은 해당 부동산 인수 1년만에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가치를 290억원으로 올렸고, 자회사 자금을 동원해 350억원에 매각하게 됩니다.
 
부분 자본잠식에 350억 부동산 매입…재무 건전성 악화
 
세토피아는 빌딩 인수 목적이 ‘업무환경 개선 및 자산 증대’라고 밝혔었습니다. 다만 세토피아는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 증대를 노릴 만큼 자금 상황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세토피아는 감사보고서 기준 지난해 말 375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으로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사용가능한 현금성자산은 49억원에 불과합니다.
 
양수자금 대부분은 담보대출 등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세토피아는 해당 계약금(86억원) 마련을 위해 51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으며, 잔금 267억원 중 185억원은 담보대출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나머지 82억원은 에스에이코퍼레이션에 예치한 임차보증금을 공제할 계획입니다.
 
임차비용 절감보단 대출이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지만, 계약조건은 최대주주인 매도인에 유리합니다. 세토피아는 부동산 양수과정에서 제1금융권 담보대출이 불가능하거나,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기존 대출조건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승계받을 경우 계약금의 몰취 없이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세토피아는 제1금융권 담보대출, 불리한 대출 승계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매매 계약을 이행할 계획입니다. 계약금 및 중도금 86억원에 대해선 근저당권 등 회수 안전장치도 설정하지 않습니다. 
 
회사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세토피아의 재무 사정은 급격히 악화 중입니다. 세토피아는 지난해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통해 210억원을 조달하며 자본금을 늘렸지만, 작년 결산 기준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378억 330억으로 12.56% 부분 자본잠식입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희토류 신사업 차질도 우려됩니다. 신사업을 위해 추진하던 타법인 인수 계획이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올해 3~4월 마무리할 예정이던 케이씨엠인더스트리와 앤에스월드의 잔여 지분인수 계획은 내년 2월로 1년가량 미뤄졌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세토피아의 경우 과거 한류홀딩스 등 타법인 취득 및 자금거래 과정에서도 논란이 자주 있었다”면서 “내부 거래인 만큼 최대주주 소유 토지와 건물 매입 과정에서 고가 매입 논란이 나온다면 그 손해는 주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만 부동산 매입이 정당한 사유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감사의견 거절 및 최대주주와의 부동산 거래 감정서의 적정성 관련 문의 등을 위해 세토피아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 보행로에 설치된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흡연부스 모습.(사진=박준형 기자)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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