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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이건희미술관으로 거듭날 송현동 부지
2021-11-17 06:00:00 2021-11-17 06:00:00
벌써 4반세기 넘게 흘렀다. 필자가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경복궁 건너편 일대를 문화거리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기사를 쓴 것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일대에 국내의 대표급 화랑이 자리 잡고 있고, 경복궁이나 담장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인사동은 긴 설명이 필요를 깨뜨리는 것 같았다. 필자가 만난 화랑과 미술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무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그밖의 미술 관련 전시관을 두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 이야기를 종합해 문화면 톱기사로 썼다.
 
그 기사가 반영됐는지, 기무사는 옮겨갔다. 그 자리에는 국립현대미술과 서울관이 2013년 들어섰다. 주변에는 선재미술관이나 공예박물관 비롯해 화랑과 기타 미술 관련 시설이 들어섰다. 그 지역의 모습은 점차 변모했다. 또 인근의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 등과 어울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거리로 자리잡았다.
 
이제 그 지역은 문화관광을 겸한 품격있는 휴식처가 됐다. 젊은이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덕분에 소상공인들에게 일자리도 적지 않게 창출됐다. 간혹 그 지역에 갈 때마다 부지런히 일하는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사 쓰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게 됐다. 송현동의 미국 대사관저 부지가 이건희 기증 미술작품 전시관 부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황희 문체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맺은 협약을 통해 송현동에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하기로 약속했다. 
 
이건희미술관은 2027년 완공돼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나뉘어 기증된 2만3000여 점을 모아 소장 관리한다고 한다. 이로써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을 잇는 문화관광 인프라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문화는 단순한 문화가 아니다.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게임' 또는 방탄소년단 등의 가요 등이 여러 가지 한국인의 삶과 경제활동에 활력소가 된다. 국제적 위상강화에 큰 힘이 된다. 한국의 많은 상품과 인력의 해외진출에도 유익한 효과를 낸다.
 
송현동에 이건희미술관이 건립돼 주변지역이 미술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훌륭한 문화관광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사한 오페라전용극장이나 자연사박물관 등도 세워져야 한다. 그것도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들어서야 한다. 
 
물론 그런 시설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여건상 가장 어울리는 곳에 세워지면 된다. 새로 짓기가 어렵다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나 이화여대자연사박물관 등 기존의 시설을 더욱 보강해도 좋을 것이다. 오페라극장의 경우 노들섬에 지으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아쉽다. 이제라도 더 좋은 곳을 찾아 하루빨리 건립되면 좋겠다. 
 
이런 시설이 들어선다고 끝은 아니다. 건물을 거창하고 화려하게 짓는다고 위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설을 더욱 빛내고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학예연구사 등이 확보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남다른 기획과 전시를 알차게 꾸려야 한다. 수준 높은 문화상품을 국내외 전문가와 시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사를 비롯한 역사와 이론을 제대로 공부한 인재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다른 문화시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들어설 자연사박물관이나 오페라극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페라 무대에 작품을 올릴 실력 있는 연주단체와 창작자들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문화기관과 시설의 가치를 빛내주는 것은 것은 결국 사람이다. 
 
20여년 동안 비어 있었던 송현동 부지가 이제 진정한 임자를 만났다. 이제는 이 지역을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 미술문화와 전통이 빛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이 더욱 부지런히 가꿔나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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