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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표가 여직원 '헤드락'…강제추행 유죄"
"추행, 신체부위에 따른 차이 없어…피해자의 모멸·불쾌감은 곧 성적 수치심
2020-12-24 14:02:23 2020-12-24 14:02:2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회사 대표가 회사 공개된 장소에서 회식 중 나이 어린 여직원을 상대로 행한 일명 '헤드락' 행위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성행위와 관련된 의도 뿐만 아니라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 또한 폭행과 추행을 구분하는 '성적 의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또 같은 기회에 피해자가 느끼는 모멸감과 불쾌감 역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성에 대한 추행은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피고인의 행위로 피고인의 팔과 피해자의 목, 피해자의 머리와 피고인의 가슴에 닿은 것은 접촉부위 및 방법에 비춰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헤드락' 행위 전 발언 '나랑 결혼하려고 결혼을 안 하고 있다', '이년 머리끄댕이를 잡아 붙잡아야겠다'는 등의 말과 이에 대한 피해자 및 동료 여직원의 항의내용 등을 보면 피고인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고,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함'을 느꼈다고 분명히 진술했다"면서 "이는 피해자의 감정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별, 연령, 관계 등에 비 피고인의 행동은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면서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공개된 장소이고 동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추행 여부 판단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5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여직원인 B씨(27)를 포함한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하던 중 B씨의 결혼 문제를 꺼냈다. 말을 이어가던 A씨는 갑자기 왼팔로 B씨의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가슴쪽으로 끌어당겨 주먹으로 B씨의 머리를 2회 쳤다.
 
대화가 다른 주제로 옮겨갔으나 A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며 양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피해자의 어깨를 수회 치기도 했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죄로 기소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접촉한 신체 부위는 머리나 어깨로서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A씨의 언행도 연봉협상 진행 중인 상황에서 B씨가 이직할 것을 걱정하던 차에 술을 마시고 한 것이기 때문에 성적 언동과 결합돼 있지 않다고 봤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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