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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비싸지만…항공사들, 기안기금에 손 뻗는 이유
줄줄이 적자에 자산 매각마저 '암초'
규모 작은 LCC들 "기안기금 신청마저 어려워"
2020-12-14 06:03:14 2020-12-14 06:03:14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곳간이 빈 항공사들이 마지막 보루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1호로 지원을 받은 데 이어 제주항공이 2호 기업이 된 가운데 대한항공이 3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제주항공을 기안기금 2호 기업으로 선정하고 321억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월 24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를 돕겠다는 취지로 40조원 규모로 출범했다. 하지만 금리가 높고 기안기금을 받은 기업은 6개월 동안 고용의 90%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어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약이 많음에도 항공사들이 기안기금에 손을 뻗는 것은 그만큼 사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일본 불매 운동으로 지난해부터 수익이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현금이 바닥난 상태다.
 
항공사들, 줄줄이 연간 적자 예상
 
올해 모든 항공사가 경영난에 시달렸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냈다. 화물 영업으로 작게나마 수익을 올린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LCC들은 여객이 주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3분기 2212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으며 4분기에도 6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돼 연간 2851억원의 적자가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를 내왔으며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348억원이었다. 이로써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지난해의 약 8~9배가량이 될 전망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사정은 비슷하다. 진에어는 올해 연간 1825억원의 영업손실, 티웨이항공은 1344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각각 지난해보다 4배, 6배가량 적자 폭을 키운 수준이다.
 
FSC들은 화물 운임이 뛰며 사정이 좀 낫긴 했지만 매출에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올 1~3분기 4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화물 운임 상승으로 1000억원대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기대돼 연간 약 9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적자는 면했지만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575억원에서 다시 절반 이상 실적이 줄어드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올해 3120억원의 누적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4437억원 영업손실보다는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부터 쌓인 적자와 부채로 자금 유동성은 꽉 막힌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기안기금을 신청하는 곳이 늘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자산 매각도 난항
 
항공사들은 여객 운영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게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인건비를 충당했다. 지원금은 70%만 지급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이후 항공사 직원들은 30% 깎인 급여를 받았고 순환휴직도 해왔다.
 
규모가 큰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소재 송현동 부지를 비롯해 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 항공리무진, 해외 호텔 등 매각에 나섰다. 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은 매각에 성공했지만 5000억원 가치가 예상되는 송현동 부지와 해외 호텔은 암초를 만나 매각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불발된 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리조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만이 인수 의향을 밝히며 흥행에 실패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리조트 사업이 단기간 내에 수익을 개선하긴 어려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을 비롯해 이보다 더 규모가 작은 LCC들은 매각할 자산마저 마땅히 없어 정부 지원 외에는 경영난 타개책이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도 내년 상반기까지 항공사들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안기금마저 규모가 작은 항공사들엔 벽이 높아 '그림의 떡'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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