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소주사업 진출…지각변동 예고
오비맥주, 제주소주 인수 결정
"소맥 시너지 효과로 수출 확대"
2024-09-12 16:34:51 2024-09-12 16:53:03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국내 1위 맥주 업체인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소주 사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한류 열풍으로 K-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맥주와 소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수출 확대 전략을 펼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국내 소주 시장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수출 강화 목적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제주소주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적 파트너로 결정했다"며 "K-푸드 등 식음료까지 확장되고 있는 K-열풍을 카스와 제주소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제주소주는 제주도에 본사와 생산공장을 둔 향토기업으로, 2016년 이마트에 인수됐습니다. 기존 소주 브랜드 '올레 소주'를 제주천연 암반수를 주원료로 한 '푸른밤'으로 리뉴얼하며 입소문을 탔지만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하진 못했습니다. 이마트가 4년간 57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영업 적자를 지속했죠.
 
이후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L&B가 2021년 8월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했으며, 약 3년 만인 올해 6월 제주소주를 물적 분할했습니다. 제주소주는 현재 국내 소주 사업을 중단한 상태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과일소주를 위탁 생산해 수출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브랜드 '카스'를 보유한 데다 맥주 전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오비맥주의 소주 사업 진출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국내서 소주 내놓을까…업계 '촉각'
 
특히 오비맥주의 국내 소주 시장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분하고 있는데 오비맥주가 출사표를 낼 경우 3파전 구도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어서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카스 맥주. (사진=뉴시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판매액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1조1000억원)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3999억원) △하이트진로의 진로(2651억원) 순으로 집계됩니다. 이어 △무학의 좋은데이(1640억원) △금복주의 맛있는참(773억원) △대선주조의 대선(523억원) 순으로 지역 소주가 뒤를 따랐습니다.
 
주류사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하이트진로가 1조4049억원의 소주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시장의 59.75%를 차지했으며, 롯데칠성음료가 4231억원으로 18%를 기록했습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에 대해 국내 소주 사업이 아닌 수출 강화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국내 소주 시장은 양강 체제가 굳혀져 있어 진입이 어려운 반면 해외에서 소주는 K-푸드로 통하는 만큼 해외 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소주는 ODM 방식으로 소주 제품을 생산해 수출만 하고 있고, 저희는 그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인수하는 격"이라며 "제주소주가 가지고 있는 수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한국 소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아직 절대 강자라고 할만한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소주 시장에서는 기회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부연했습니다. 다시 말해 카스의 수출 기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소주 사업을 추가해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를 국내 맥주 판매량 감소와 더불어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인한 돌파구 마련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비맥주뿐만 아니라 최근 다른 주류사들도 주종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추세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 현상으로 식음료 기업들의 국내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해외 사업을 강화하거나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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