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방통행에…기약 없는 영수회담
채상병·김건희 의혹에도 기존 입장 고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김문수 임명 강행
2024-08-30 16:52:32 2024-09-01 13:03:11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기자회견 이후 영수회담이 성사되기 더 어려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최근 의료대란 문제를 비롯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무혐의 결론 등 여러 현안에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4+1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 및 저출생 대응) 추진에 대해선 저항이 있더라도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국민의 부정적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엄포에 야당에서도 당장 영수회담이 성사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야 대표 회담 이후에나 영수회담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에선 줄곧 "국회 정상화와 여야 간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사실상 우회적으로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한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정브리핑서 드러난 인식…영수회담 가능성↓
 
지난 29일 진행된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선 영수회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관련 질문에 "일단 여야 간에 좀 더 원활하게 좀 소통하고, 이렇게 해서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회 정상화와 여야 간 합의가 영수회담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같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10번이고 왜 못하겠나"라며 "지금 인사청문회나 다양한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달라서 저도 깊이 한번 생각해 보겠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단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민주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오기만 재확인했다"고 평가절하하며 영수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마이웨이 국정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영수회담 진행 여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국회 청문회에서 (수사에 대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고,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싼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저도 검사 시절 전직 대통령 부인을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서 조사를 한 일이 있다"며 검찰의 방문 수사가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게 결정적입니다. 윤 대통령이 의료 공백에 대해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나,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도 야당에 비판받을 지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대표 회담 '분수령'…"국회 성과 있어야 가능"
 
이에 따라 영수회담은 여야의 격한 대립이 해소된 이후에나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한 다음에 회담에서 성과가 나오고 이어서 국회 본회의에서 성과가 있어야 다음에 영수회담이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역대 영수회담 사례를 살펴보면, 성과보단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김대중정부 때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의약분업 법개정에 합의를 이룬 것은 영수회담을 통해 성과를 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여야 갈등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만나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 정국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영수회담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노무현정부 땐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강재섭·박근혜 대표와 2차례 영수회담이 이뤄졌습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2차례, 정세균 대표와 1차례 등 총 3차례 영수회담이 열리는 데 그쳤습니다. 박근혜정부 땐 단 1차례의 영수회담도 없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전임인 문재인정부 당시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홍준표 대표와 1차례 영수회담이 있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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