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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헌재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심판 대상 아니다"(종합)

4년여 만에 심판청구 각하…"피해자 법적 지위에 영향 안 미쳐"

2019-12-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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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한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헌법소원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약 4년 만의 결정이다.
 
헌재는 27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일 정부의 합의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의의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나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는 합의의 명칭, 합의가 서면으로 이뤄졌는지 여부, 국내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의 과정과 내용·표현에 비춰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의무를 창설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비구속적 합의는 그로 인해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 합의는 구두 형식의 합의이고, 표제로 대한민국은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란 용어를 사용해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다"며 "또 이 사건 합의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외교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는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 기금 약 10억엔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합의문에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구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 등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12월29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위안부 합의는 굴욕적인 매국 협정이다"고 비난했다. 사진/뉴시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생존 피해자 가족을 대리해 2016년 3월 양국의 합의와 발표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변은 "일본 정부가 청구인들로부터 향후 개인적인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경우 이번 합의와 공표로 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했다"며 "따라서 합의와 공표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오랜 세월 힘겨운 시간을 보낸 청구인들을 배제했고, 합의 이후에도 합의 내용(일본 정부가 법적책임을 인정했는지 여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는 헌법 제10조와 헌법 제21조, 헌법 제37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청구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배상청구권을 실현할 길을 봉쇄해 또 다른 장애 상태를 만들었고, 이번 합의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청구권 실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와 합의 이후에 계속되고 있는 피청구인의 부작위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실현하고, 그 장애 상태를 제거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지난 2015년 12월29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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